B급천국의 서브컬처 뒷이야기

스탠리 큐브릭 "이제 제작사 간섭 없이 마음대로 영화 찍자!"

B급천국 2024. 6. 2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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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스팔타커스'를 찍을 당시 창작적 견해 차이 등을 이유로 주연 배우인 커크 더글라스, 그리고 제작사와 엄청나게 싸웠습니다. 다툰 이유도 다양했는데요. 예를 들어 제작사나 배우가 상업성이나 작중 배우의 비중 문제로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였습니다. 사실 본작 각본을 두고 워낙 여기저기에서 말이 많았기에 각본을 쓴 달튼 트럼보도 지치다 못해 관두기 직전까지 갔다고 할 정도인데요.

 

물론 전적으로 제작사나 배우가 싸움을 건 건 아닙니다. 스탠리 큐브릭 쪽에서 다툼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노예 군대 수천명의 시체가 벌판에 널브러진 장면을 찍을 때 '모든 노예들의 위치와 자세를 일일이 체크하는' 큐브릭의 병적인 완벽주의와 비타협주의를 못 견딘 배우나 제작사가 학을 떼기도 했다지요.

 

결국 스팔타커스는 명작으로 뽑혔습니다만, 정작 스탠리 큐브릭은 아주 불만스러워 했습니다. 싸우기도 엄청 많이 싸웠고, 본인의 의도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결과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큐브릭 감독은 차기작부터는 본인이 제작사 간섭 없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조건 하에서 영화를 찍기로 결심했고, 실제로 그렇게 계약했습니다. 그렇게 큐브릭 감독은 제작사 간섭에서도 벗어났고 촬영장에서 배우가 감독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는 환경을 만들어 비로소 자기 마음대로 영화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문제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차기작이 말이 필요없는 문제작, '롤리타' 였다는 겁니다.

 

'큐브릭이 30대 남자와 12세 여자가 사귀는 소설을 영화로 만든데요!' 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큐브릭은 제작사나 배우의 간섭보다 더 무서운 사회적 터부와 검열과 싸워야 했는데요. 큐브릭 감독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큐브릭은 다음과 같은 일을 겪었다고 합니다.

 

 

1. 남배우에게 남주인공 험버트 역할을 맡으라고 제안했더니 배우 본인이 화를 냈습니다.

 

2. 여배우에게 여주인공 롤리타 역할을 맡으라고 제안했더니 배우 부모가 화를 냈습니다.

 

3. 개봉 전부터 검열관이 원작처럼 12세 소녀(롤리타)와 성인 남성이 사귀는 스토리로 만들면 개봉 자체가 불허될 것이라고 통보했습니다다. 결국 원작보다 롤리타의 연령을 두 살 높여 14세로 설정했지요.

 

4. 개봉 전 미국 가톨릭 기관인 '가톨릭 품위의 군단'이 '원작대로 만들면 이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죄가 된다' 라고 선언했습니다. 미국 가톨릭 성직자와 신도들이 만든 가톨릭 품위의 군단은 가톨릭 산하 공식 기관은 아니었지만 수천만 명의 미국 가톨릭 교인들이 영화를 볼 때 이들의 의견을 참고했고, 따라서 당시 미국 메이저 영화사들도 이들 눈치를 볼 만큼 영향력이 있었습니다. 감독이 전권 가진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그 책임도 모조리 감독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었기에, 큐브릭도 이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작중 롤리타의 나이를 14세로 높이고, 원작 줄거리도 바꿨다는 점을 확인받은 후에야 가톨릭 품위의 군단에서 '수위는 높지만 성인 관객이 이걸 본다고 죄가 되는건 아니다' 라는 판정을 받았답니다.

 

5. 여러 조치 후에도 무사히 심의에 통과할 수 있을 지 불안했던 큐브릭은 여기저기에 자문을 구했다. 이 때 받은 자문 중에는 '영화를 그리스 비극 분위기로 만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라는 조언도 있었다네요.

 

6. 큐브릭은 개봉 직전까지 이러한 스트레스에 계속 시달려야 했습니다.

 

 

 

 

다행히 고생한 보람이 있어 영화는 훌륭하게 뽑혔고 흥행성적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제작사나 감독 말 안 듣는 배우보다 더 무서운 사회적 터부와 검열과 싸워야 했던 큐브릭은 개봉 후 '롤리타'를 찍은 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내가 롤리타를 찍으면서 그렇게 검열에 시달릴 줄 알았다면, 아마 찍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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