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리 힐스 캅' 시리즈의 최신작이 넷플릭스로 돌아왔습니다. 1편은 말이 필요 없는 걸작, 2편도 수작은 되고 3편은.... 어릴 때 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평이 꽤 나쁜 속편이라는 겁니다. 아무튼 비버리 힐스 캅 1편과 2편의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저로서는 수십년 만의 속편이 넷플릭스로 돌아온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이렇게 오래 된 영화가, 넷플릭스에서라도 돌아온 게 어딘가요.
줄거리는 비버리 힐스 캅 시리즈 마지막 편(3편)이 나오고 수십 년이 흘렀듯, 영화 속 세계도 수십년이 흐른 뒤를 배경으로 합니다. 비버리 힐스 캅의 영원한 주인공 '액셀 폴리'도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 은퇴하지 않고 디트로이트에서 전설적인 형사(이자 골칫덩이)로 여전히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액셀은 종종 비버리 힐스에 왔을 때마다 합을 맞췄던 친구 '빌리' 에게서 자신의 딸 '제인'이 위험하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액셀은 형사로서는 전설적인 업적을 쌓았지만 남편과 아빠로서는 실패했고, 딸이 비버리 힐스에서 변호사로 번듯하게 일 하고 있음에도 서로 연락도 제대로 주고 받지 않았었는데요. 하지만 딸인 제인, 그리고 친구 빌리가 악당에게 위협받게 되자 액셀은 다시 한 번 디트로이트를 떠나 비버리 힐스로 향하게 됩니다. 그 다음은? 액셀이 항상 그렇듯, 총질과 난장판의 연속이지요.
스토리
본작 스토리는 나쁘지 않습니다. 크게 좋지도 않지만, 이런 속편에서 기대할 만한 건 거의 다 보여줍니다.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고 최소한 사무실에나 있어야 할 액셀이 여전히 현역을 뛰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수십년의 시간 동안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고 전작 캐릭터들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꽤 잘 보여줍니다. 그 이상으로 나아가진 못했습니다만, 그 정도만이라도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속편이 갖춰야 할 기본은 갖춘 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전작과의 연결고리는 물론, 전작을 떠나 본작에서 새로 제시한 스토리도 기본은 합니다. 늙은 주인공이 오랫동안 서먹했던 딸과 화해하려 하지만 잘 되지 않고, 그러다 자신만의 삶을 꾸린 딸은 물론 그의 남자친구와도 부딪치고, 옛 친구와 혹은 기쁘게 만나거나 다투기도 하고, 그러다 결국 모두 모여 사건을 해결해 나가지요. 그 와중에 액셀은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아빠의 성장에 딸도 부응하며 만족할 만한 결말로 나아가지요. 여기에 잊을만 하면 나오는 비버리 힐스 캅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도 괜찮습니다.
캐릭터
주인공인 액셀은 전작들처럼 유쾌하지만, 동시에 실패한 아빠로서 어느 정도 죄책감도 갖고 있고, 아무래도 나이가 들다 보니 현장에서 폼이 떨어지기도 하는 등 다소 구닥다리로 묘사되는데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액셀은 2020년대에도 충분히 주인공으로서 악을 물리치고 사건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 유능한 경찰로 묘사됩니다. 유쾌함과 유능함의 완벽한 조화, 이것이야말로 액셀이 역대 최고의 경찰 캐릭터 중 하나가 된 가장 큰 이유 아닌가요. 그걸 여전히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존의 액셀 케릭터에 늙었다는 설정만 추가한 데 그치지 않고, 실패한 아빠로서의 자신을 인정하고 성장하는 모습까지 꽤 자연스럽게 보여줌으로써,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다른 캐릭터들도 전반적으로 괜찮습니다. 액셀의 파트너 역할로 조셉 고든 래빗이 형사 '바비' 역할을 맡았는데요. 조셉 고든 래빗이야 스스로 주연을 맡아서도 잘 하고, 투 탑 주인공도 잘 하고, 보조 역할도 잘 하는 배우 답게 이 영화에서도 액셀을 든든히 받쳐줍니다. '액셀의 파트너이자 액셀과 티격태격 거리는 액셀 딸 남자친구' 로서 역할을 잘 소화해내지요. 딱 그 정도만 보여주지만 그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액셀의 딸인 제인, 전작의 등장인물들인 빌리, 태거트, 제프리 등도 제 몫을 다 해냅니다.
아쉬운 건 빌런인데요. 뭐랄까, 그렇게 나쁘진 않지만 동기도 너무 상투적이고 위협적인 악당으로서의 아우라가 크게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당장 1편과 2편의 빌런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죠.
연출
연출은 보통입니다. 다만 이 보통이라는 건 '극장용 영화' 기준으로 보통은 된다는 뜻입니다. OTT용 영화로는 괜찮은 수준이라 할 수도 있겠지요? 전반적으로 액션은 평범하지만 눈은 즐겁고, 그 와중에 헬기 씬 처럼 괜찮은 장면도 있으며, 그 외 장면들도 보통은 합니다. 이보다 연출이 뛰어난 OTT 영화도 보긴 했지만, 이보다 떨어지는 OTT 영화를 훨씬 많이 본 것 같으니 이정도면 괜찮은 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총평
못 만들거나, 진짜 기본만 하고 그친 추억팔이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을 보여 준, 괜찮은 액션 영화입니다. 1편과 2편을 무척 재미있게 본 입장에서 추억도 많이 떠오르고, 나이 든 전작 캐릭터들이 여전히 활약하는 건 그 자체로 즐거웠습니다. 전작의 추억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의 스토리, 캐릭터, 연출까지 모두 기본은 하거나 그보다 나은 편이라 더욱 만족스러웠습니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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