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12

슈퍼 빌런이 된 예술가의 흥망성쇠, 영화 '밀랍의 집'

1953년 영화 밀랍의 집(House of Wax)은 두 번 리메이크 되고, 세 작품이 존재하는 3형제 영화 중 둘째입니다. 첫째는 1933년에 만들어 진 '밀랍 박물관의 미스테리', 둘째는 이 영화, 셋째는 2005년에 나온 '하우스 오브 왁스'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둘째인 이 영화를 가장 높이 치는 듯 합니다. 고전 호러 영화의 명작을 꼽을 때,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지요. 그럼 정말 이 영화는 수작이나 명작 소리를 들을 가치가 있을까요? 스토리는 밀랍인형 장인인 예술가 '헨리 재러드'가 친구 때문에 모든 것을 잃으면서 시작합니다. 친구이자 동업자는 재러드의 예술이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친구가 애써 만든 밀랍인형 박물관을 모조리 불태워서 보험금을 챙기는 보험 사기를 계획하고 실행합니다. 이 때문에 재..

뒤죽박죽이지만 맛있는 잡탕, 영화 '더 행잉 우먼'

1973년에 나온 스페인 호러 영화 '더 행잉 우먼(The Hanging Woman)'은 상당히 많은 소재를 뒤섞은 잡탕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기본적으로 추리물로 시작하지만 도중에 오컬트, SF, 좀비물 등이 뒤섞이면서 정체성이 상당히 모호해지는데요. 이렇게 다른 장르를 이거저거 섞어서 흥미로워지기도 하지만, 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그럼 이 영화는 어떨까요? 줄거리는 세르주 체코프라는 신사가 귀족이던 삼촌의 사망으로 일부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삼촌이 살던 마을로 내려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내려오기 무섭게 한 목매달린 여성의 시체를 발견하고, 이후 사건은 추리물로 전환되는데요. 하필 죽은 여성이 세르주 삼촌의 딸이었고, 본래는 삼촌의 상속인들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분할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최악의 호러 영화 속편으로 꼽히는 '캔디맨 3'

넘쳐나는 호러 영화들 중에서도 존재감을 뚜렷히 보여주는 캔디맨 시리즈에 대한 평가는 보통 이렇습니다. 캔디맨 1편은 최소 수작 이상이라고들 합니다. 캔디맨 2편은 평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캔디맨 3편의 평가는 아주 처참합니다. 졸작, 쓰레기, 막장 등 호러팬들의 이 영화에 대한 증오는 조금만 구글링 해 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워낙 평이 나쁜 탓에, 본인도 이 영화 1편과 2편은 빨리 접했지만, 캔디맨 3(Candyman: Day of the dead)편은 아주 뒤늦게야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뒤늦게 보았는데요.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캔디맨은 기본적으로 도시전설+슬래셔 영화의 구도를 따릅니다. 과거 백인들에게 린치를 당해 죽은 흑인의 원혼이 캔디맨으로 환생하고, 이 캔디맨은 거울을 보며 ..

B급 고수위 여성향 로맨스 호러 영화, '자오선'

풀문 영화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B급 영화사 중 하나입니다. 미국에서는 자체 OTT까지 운영할 만큼 꽤 지명도가 높으며, 국내에서도 1990년대 비디오 테이프 대여점 시대 땐 비디오로 배급된 공포영화 상당수가 풀문 영화사 것이었다는 말도 있을 만큼 양적으로는 많은 작품을 내놓은 영화사입니다. 그만큼 졸작도 많고, 쓰레기도 많지만 꽤 볼 만한 영화도 여럿 내놓았는데요. 그 중 1990년에 나온 자오선(Meridian)은 풀문 영화사 작품 중에서도 꽤 지명도가 있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남성향이 강세인 B급 호러 업계에서, 여성향에 가깝게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한데요. 줄거리는 전형적인 여성향 로맨스, 그것도 고수위물에 가깝습니다. 능력도 있고 아름다운 여주가 있고, 여주와 친한 서브 여가 ..

악취미 가득한, 하지만 유쾌한 영화 '바스켓 케이스'

줄거리나 설정만 봐도 호불호 갈릴 수 밖에 없는, 아니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본인이 즐겨 보는 B급 영화들 중 이러한 케이스가 많은데요. 좋은 예가 1982년에 만들어 진 바스켓 케이스(Basket Case) 입니다. 유명 평론가 렉스 리드가 '내가 본 가장 역겨운 영화'라는 악평을 하였고,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걸 칭찬으로 받아들인다는 전설적인 B급 영화인데요. 줄거리는 한 쌍둥이 형제의 복수극입니다. 샴 쌍둥이 형제가 본인들의 의지에 반하여 강제로 분리 수술을 받았고, 덕분에 형제 중 한 명은 무사히 살아남았지만 다른 쪽은 끔찍한 몰골이 되어 간신히 살아남았습니다. 이렇게 분리 수술을 받고 무사히 살아남은 형이, 끔찍한 몰골이 되었지만 강력한..

최악만 간신히 면하는 악어 호러 영화, '공포의 크로커다일'

오래 전 호러존이라는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당시 국내에선 거의 유일하게 대규모의 호러 영화 사이트 겸 커뮤니티로 기억하는데요. 당시 호러존에서는 국내에서는 정말 구하기 어려운 영화의 리뷰도 많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1989년 작, 공포의 크로커다일(Killer Crocodile) 이었는데요. 제 기억이 맞다면 당시 호러존에서도 이 영화를 혹평했었는데, 그래도 웬지 모르게 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악어를 좋아해서인지, 당시 악평을 남긴 리뷰어가 악평을 맛깔나게 써서 오히려 보고 싶었던 건 지는 모르겠는데요. 그리고 최근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스토리는 전형적인 크리처 영화 줄거리를 따릅니다. 화학 물질 때문에 악어가 커져 괴물이 되고,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고, 악어를 막으려는 자가 있고 방..

피를 그만 빨고 싶어하는 드라큘라 딸내미 이야기, 영화 '드라큘라의 딸'

1936년 영화 '드라큘라의 딸(Dracula's Daughter)는 전설의 드라큘라 영화, 1931년 영화 '드라큘라' 의 정식 후속작입니다. 스토리도 그대로 이어지고, 전작의 사건 직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전작 '드라큘라'에서 있었던 일을 간단히 요악하면 드라큘라는 영국에서 사람들 피를 빨아먹다가 반 헬싱에 의해 죽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본작은 반 헬싱 박사는 '나는 살인마 뱀파이어를 죽였다' 라는 항변이 먹히지 않아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고, 드라큘라 백작의 시체를 누군가 훔쳐갑니다. 드라큘라 백작의 시체를 훔친 건 마리야 잘레스카라는 신비로운 헝가리의 백작 부인입니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잘레스카는 드라큘라 백작의 딸인데요. 잘레스카는 드라큘라의 시체를 불태우고 자신의 저주와..

늙은 인종차별주의자 흡혈귀의 모험, 영화 '올드 드라큘라'

공포 영화, 아니 영화의 역사를 통틀어 드라큘라만큼 오랫동안 인기를 끈 캐릭터도 없을 겁니다. 그만큼 숱한 영화가 만들어졌고, 재해석도 끝없이 이루어졌으며, 멀쩡한(?) 드라큘라 영화가 아닌 패러디나 코미디의 소재로도 끝없이 재탄생되었습니다. 이 1974년 작 올드 드라큘라(OLD DRACULA)도 드라큘라의 일종의 패러디 코미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드라큘라 패러디나 코미디야 별처럼 많습니다만, 이 작품은 '인종차별주의자 드라큘라' 라는 요상한 설정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드라큘라 백작이 현대(1970년대)까지 살아남았고, 뱀파이어는 불로불사인 줄 알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늙었으며, 지금은 유령 나올 것 같은 성에서 외로운 귀족으로 군림하는 게 아니라 현대 사회에 ..

노틀담의 꼽추와 프랑켄슈타인의 만남, 영화 '영안실의 꼽추'

노틀담의 꼽추와 프랑켄슈타인을 주 재료로 하고, 거기에 광기와 크툴루 신화를 한 스푼 섞으면 뭐가 나올까요? 바로 '영안실의 꼽추'(Hunchback Of The Morgue)가 나옵니다. 1973년에 나온 이 스페인 영화는 당시 기준으로 보나 지금 보나 꽤 강렬한 스토리라인과 캐릭터, 그리고 파국적인 결말이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물론 스토리와 캐릭터가 강하다고 다 좋은 영화인 건 결코 아니겠지요. 과연 이 영화는 어떤 작품일까요? 이 영화는 영안실에서 일하는 꼽추 '볼프강 고토'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고토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힘이 세지만, 꼽추라는 신체적 조건 때문에 사회적으로 배척받고, 무시당하며 살아가는 슬픈 존재입니다. 그런 고토의 유일한 삶의 위안은 고토를 친절하게 대해주는 한 병든 소녀인데..

어설픈 초창기 B급 슬래셔. 영화 '투어리스트 트랩'

1979년 영화 '투어리스트 트랩'은 슬래셔 영화(살인마가 사람 죽이는 영화)의 초창기에 나온 작품입니다. 일반적으로 슬래셔 영화라는 장르를 완성시킨 작품으로 평가하는 '할로윈'이 1978년에 나왔으니까요. 그만큼 슬래셔 영화는 이래야 한다거나, 혹은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공식도 덜 완성돠고, 덜 신경쓰던 시절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할로윈 이후 나이트메어, 13일의 금요일 등이 히트치면서 슬래셔 장르는 좀 더 정형화 되는 경향이 있고, 오히려 1970 ~ 1980년대 초반에 나온 슬래셔 영화가 그 이후 작품들보다는 덜 다듬어졌을 지언정, 좀 더 자유로운 스타일이 아니었느냐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럼 슬래셔 장르 초창기에 나온 본 영화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어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