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천국의 영화 리뷰

악취미 가득한, 하지만 유쾌한 영화 '바스켓 케이스'

B급천국 2024. 6. 1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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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나 설정만 봐도 호불호 갈릴 수 밖에 없는, 아니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본인이 즐겨 보는 B급 영화들 중 이러한 케이스가 많은데요. 좋은 예가 1982년에 만들어 진 바스켓 케이스(Basket Case) 입니다. 유명 평론가 렉스 리드가 '내가 본 가장 역겨운 영화'라는 악평을 하였고,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걸 칭찬으로 받아들인다는 전설적인 B급 영화인데요.

 

줄거리는 한 쌍둥이 형제의 복수극입니다. 샴 쌍둥이 형제가 본인들의 의지에 반하여 강제로 분리 수술을 받았고, 덕분에 형제 중 한 명은 무사히 살아남았지만 다른 쪽은 끔찍한 몰골이 되어 간신히 살아남았습니다. 이렇게 분리 수술을 받고 무사히 살아남은 형이, 끔찍한 몰골이 되었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동생을 바구니에 넣고 다니며, 자신들을 분리수술 한 의사에 대한 복수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두 형제는 연애 문제로 서로 충돌하게 되는데.....

 

 

줄거리

 

 

분리수술 받은 샴 쌍둥이 중 형이 분리된 동생을 바구니에 담고 다니면서 살인을 저지른다는 설정과 분리수술 받은 샴 쌍둥이가 윤리적으로 큰 잘못을 했는 지도 의심스러운 의사를 죽이고 다닌다라는 스토리만으로도 혐오감을 느낄 사람이 적지 않을 겁니다. 확실히 대중적으로 호불호 없이 받아들여 질 스토리는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스토리는 괜찮습니다. 특히 법과 윤리를 무시하고 철저히 샴 쌍둥이의 사연을 파고들면서, 그 스토리에 (취향에 맞는 관객이) 공감하게 만들 만큼 힘이 있습니다. 정교하거나 잘 짜여지진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영화를 끌고나가는 힘은 충분하고, 여기에 소소한 에피소드들도 꽤 잘 배치하여 지루함 없이 끝까지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우애가 너무 좋은 나머지 함께 살인까지 저지르던 형제가 사이가 벌어지고, 파국에 이르는 과정도 꽤 그럴듯하게 묘사하였는데요. 비록 취향은 엄청 타겠지만, 스토리의 질은 좋다고 평가합니다.

 

 

캐릭터

 

 

'분리 수술 된 샴 쌍둥이가 살인마가 되어 함께 사람을 죽인다.' 대단히 악취미적이지만, 이 정도로 파격적인 캐릭터라면 그 설정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 한데요. 꼭 파격성만을 따지는 게 아니라도, 기본적으로 캐릭터 묘사가 괜찮은 편입니다. 샴 쌍둥이 중 형은 동생을 위해 살인 행각을 벌이지만, 동시에 연애도 하고 싶고, 나름대로 평범한 삶을 갈망하며, 자신이 동생의 복수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희생한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그 기회도 손에 넣지요. 메인 살인마인 동생 쪽은 복수심에 살인을 주도하는데다, 흉칙하게 일그러진 외모 때문에 말 그대로 괴물로 보이지만 그래도 동생 역시 연애도 하고 싶고, 멀쩡한 형을 질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두 주인공 캐릭터를 묘사하면서 괴물이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넣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감성팔이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은 상당히 높게 칠 만 합니다. 그리고 두 주인공 외에 다른 캐릭터들도 기본은 합니다.

 

 

연출

 

 

연출은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는데요. 일단 본작은 진짜진짜 저예산(초기 예산이 16000 달러였답니다)으로 제작되었고, 그만큼 제작비를 아끼려고 별별 짓을 다 했다는 게 척 봐도 잘 보입니다. 그렇다 보니 B급 기준으로도 싸 보이거니 어설픈 부분이 적지 않은데요. 특히 사운드는 B급 영화를 즐겨 보는 저의 기준에서도 도저히 변호를 할 수 없을 만큼 나쁩니다. 

 

하지만 싸구려틱하면서, 동시에 효과적인 연출이 많다는 점도 인정할 만 한데요. 싸게 만든 스톱모션으로 연출한 살인마는 더할나위 없이 기괴하고, 쓰레기장을 다니면서 모아 만들었다는 세트장이나 소품들은 꽤 적재적소에서 적절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영화가 워낙 기괴하다 보니 싸게 만든 날것 그대로의 연출이 마이너스가 될 때도 있지만, 플러스가 될 때도 있달까요? 사실 많은 B급 영화가 '싸게 만들었지만 플러스가 되기도 한다' 를 제대로 못 함을 고려하면, 이 영화의 연출은 단점이 많으나, 장점도 있다고 평가할 수준은 될 겁니다.

 

 

총평 

 

분명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B급 컬트 영화이지만, 좋은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B급이라고 그냥 막 만든 게 아니라 스토리, 캐릭터, 연출까지 모두 일정부분 이상의 성취를 하였고, 그것들을 합쳐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경지에 이르는 데 성공하였으니 말입니다.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는 영화이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영화랄까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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