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천국의 영화 리뷰

B급 고수위 여성향 로맨스 호러 영화, '자오선'

B급천국 2024. 6. 18. 16:48
반응형

 

풀문 영화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B급 영화사 중 하나입니다. 미국에서는 자체 OTT까지 운영할 만큼 꽤 지명도가 높으며, 국내에서도 1990년대 비디오 테이프 대여점 시대 땐 비디오로 배급된 공포영화 상당수가 풀문 영화사 것이었다는 말도 있을 만큼 양적으로는 많은 작품을 내놓은 영화사입니다. 그만큼 졸작도 많고, 쓰레기도 많지만 꽤 볼 만한 영화도 여럿 내놓았는데요. 그 중 1990년에 나온 자오선(Meridian)은 풀문 영화사 작품 중에서도 꽤 지명도가 있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남성향이 강세인 B급 호러 업계에서, 여성향에 가깝게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한데요.

 

줄거리는 전형적인 여성향 로맨스, 그것도 고수위물에 가깝습니다. 능력도 있고 아름다운 여주가 있고, 여주와 친한 서브 여가 있으며, 여주와 찐한 관계를 맺은 잘생기고 신비한 남주가 있고, 적대자인 빌런도 있습니다. 여기에 차원의 문을 넘나드는 판타지, 호러가 뒤섞여 있는데요. 고수위 여성향 로맨스, 그 중에서도 1권으로 스토리가 완결되는 여성향 라노베, 일명 TL 장르와 무척 흡사한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사실 제가 여성향 로맨스는 TL 쪽만 좀 봤고 그 외엔 별로 안 봐서 TL을 먼저 떠올린 것일지도요.

 

 

스토리

 

 

안좋은 이야기부터 해야 겠는데요. 스토리는 이 영화의 최대 단점입니다. 30분 분량으로 만들 스토리를 1시간 20분으로 늘려버리면 이런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인데요. 캐릭터는 그럭저럭 잘 잡혀 있지만, 그 캐릭터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대단히 지지부진합니다. 신비한 만남, 성적 묘사, 비밀 찾기, 갈등 극대화, 해소 등 모든 스토리의 중요한 부분들을 30분안에 풀어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듯 한 작은 분량의 스토리를 1시간 20분동안 하고 있으니 30초로 끝내야 할 대화씬이 1분이 되고, 1분이 2분이 되며, 2분은 5분이 되는 꼴입니다. 스토리의 밀도가 좀 심하게 낮고, 그만큼 지루한 부분이 많은데요.

 

스토리 자체는 여성향 고수위 로맨스라고 치면, 기승전결이나 퀄리티는 나쁘지 않습니다. 각 포지션에 배치된 캐릭터들은 제 역할을 하고, 일단 결말은 그럭저럭 짓습니다. 하지만 메인 커플 이야기는 마무리를 짓지만, 서브 여주를 그냥 내다버리는 건 또 하나의 혹평 거리입니다. 심지어 이 서브 여주는, 엔딩에도 큰 영향을 미쳤음에도 말이지요.

 

 

캐릭터

 

 

아름답고 어느 정도 능력있는 메인 여주. 역시 아름답고 어느 정도 능력있는 서브 여주. 잘 생겼고 성적으로도 뛰어나지만 비밀이 있는 남주. 남주를 미워하는 서브 남주 겸 빌런. 기타 조연들. 전형적인 고수위 여성향 로맨스의 캐릭터들이라는 느낌입니다. 캐릭터들은 전반적으로 괜찮습니다. 일단 남녀에 조연까지 가리지 않고 제 역할에 맞는 비주얼을 보여주며, 연기력도 특별히 흠 잡을 데는 없습니다. 특히 메인 커플의 눈부신 미모는 이 장르에 매우 적절한 비주얼을 보여줍니다. 

 

아쉬운 건, 30분 짜리 스토리를 1시간 20분으로 길게 늘여놓고 메인 커플을 제외한 여타 캐릭터들의 묘사를 지나치게 소홀했다는 겁니다. 빌런까지는 그렇다 쳐도, 그 외 캐릭터들 서사에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스토리도 덜 지루했을 테고, 전반적인 캐릭터 수준도 높아졌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 한 게 아쉽습니다. 조연 캐릭터 서사까지 너무 신경썼다가 메인 스토리가 힘을 잃어 작품 망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작품은 어차피 메인 스토리 밀도가 낮으니 조연 캐릭터라도 좀 더 보강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연출

 

 

이 영화에서 가장 고평가 할 만한 부분입니다. 우선 영상이 상당히 아름다운데요. B급 영화 중에서 이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주는 작품도 흔치 않습니다. 특히 영화 초반과 결말에 나오는 차원의 문을 넘는 장면이라거나, 로맨스 장면이라거나, 심지어 일상 장면에서도 상당히 아름다운 화면을 뿌려 줍니다. 아름답거나 멋진 장면 찍겠다고 영화 본편과 안 어울리는 화면을 뿌리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 영화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음악 등 다른 연출 부분도 크게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고수위 여성향 로맨스 호러라는 작품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그에 맞게 잘 연출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총평

 

자오선은 나쁜 영화는 아닙니다. 여성향 로맨스 B급 호러 영화는 그 자체로 희소성이 있고, 특히 연출에 있어서는 기억에 남을 만한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스토리를 너무 지나치게 늘렸고, 그 때문에 영화의 모든 요소가 지루해졌다는 점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장점보다 단점이 좀 더 눈에 밟혔고, 그래서 아쉬웠습니다. 

 

 

평점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