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천국의 영화 리뷰

최악만 간신히 면하는 악어 호러 영화, '공포의 크로커다일'

B급천국 2024. 6. 1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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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호러존이라는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당시 국내에선 거의 유일하게 대규모의 호러 영화 사이트 겸 커뮤니티로 기억하는데요. 당시 호러존에서는 국내에서는 정말 구하기 어려운 영화의 리뷰도 많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1989년 작, 공포의 크로커다일(Killer Crocodile) 이었는데요. 제 기억이 맞다면 당시 호러존에서도 이 영화를 혹평했었는데, 그래도 웬지 모르게 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악어를 좋아해서인지, 당시 악평을 남긴 리뷰어가 악평을 맛깔나게 써서 오히려 보고 싶었던 건 지는 모르겠는데요. 그리고 최근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스토리는 전형적인 크리처 영화 줄거리를 따릅니다. 화학 물질 때문에 악어가 커져 괴물이 되고,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고, 악어를 막으려는 자가 있고 방해하는 자도 있으며 민폐를 끼치는 자들도 있지요. 특별한 거 하나도 없는 스토리지만,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스토리가 특출나서 좋은 크리처 영화가 된 '딥 블루 씨' 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스토리는 평이해도 좋은 크리처 영화가 된 '엘리게이터' 같은 케이스도 있으니까요. 그럼 이 영화는 어떨까요?

 

 

스토리

 

 

한마디로 개판 5분 전입니다. B급 영화 기준으로 봐도 말입니다. 그나마 기승전결은 갖춰져 있습니다. 왜 악어가 괴물이 되었으며 괴물 악어가 무슨 깽판을 치는가,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하려 하고 엔딩은 어떤가. 최소한의 말은 되게 만들려고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개판이라고는 안 하고, 개판 5분 전이라고 해 줍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피면 영 좋지 못한데요. '저 상황에서 저렇게 행동하는 게 맞냐?' 라는 질문이 끝없이 반복됩니다. 위기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스토리를 전개하는 거야 이 장르에서 너무나도 흔하지만, 이 장르 기준으로도 도에 지나칩니다. 악어는 악어 기준으로도 멍청한 짓을 하고,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멍청한 짓을 이어나갑니다. 코미디 영화라면 이렇게까지 바보짓을 하는 게 허용될 지 모르나, 이 영화의 톤은 무척 진지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멍청한 스토리는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캐릭터

 

 

안 좋습니다. 먼저 주인공인 악어부터가 크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람 몇 명 잡아먹고 기물 파손 좀 한 건 알겠는데, 영화 포스터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사람 학살하는 괴물딱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현실이라면 대단히 위협적이고, 당장 쏴 죽여야 할 야수겠지만 픽션이라는 틀에서 놓고 보면 괴물로서의 존재감부터가 부족합니다. 야생동물 기준으로도 멍청하게 행동하는 것도 눈에 밟히고요. 

 

인간 캐릭터들은 더 한심합니다. 특히 주인공들은 차마 눈 뜨고 못 볼 정도인데요. 주인공들이 환경 보호론자인 건 알겠는데, 악어가 사람 몇 명을 잡아먹고 부두를 때려부쉈는데 환경을 보호해야 하니 악어를 죽이지 말자는 소리를 하고 앉아 있는 건 도를 넘었지요. 인간 빌런들도 생각이라는 걸 할 줄 모르는 작자들입니다. 그나마 악어 사냥꾼 캐릭터가 잘 뽑혔는데, 악어부터 인간까지 바보들의 행진 속에서 딱 한 명만 멀쩡하다고 영화가 제대로 돌아갈 리는 없습니다.

 

 

연출

 

 

영화 포스터가 본편보다 훨씬 박력있는거야 이 장르에서 넘쳐나는 일입니다만, 그 중에서도 도에 지나친 케이스입니다. 즉 포스터 수준은 고사하고, 그 절반도 못 따라갑니다. 악어를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도 적고, 그나마 보여주는 장면의 연출 수준도 좋지 못합니다. 시대 기준으로도 예산이 적거나, 특수효과 수준이 높지 않음에도 연출력으로 커버한 영화들은 얼마든지 있는데, 이 영화는 예산도 적고 시대 기준으로도 특수효과 수준도 낮고 연출도 안 좋습니다. 그나마, 그나마 봐 줄 만한 게 영화 막판의 '스크류 장면' 정도 입니다.

 

 

총평

 

이름 모를 누군가가 호러존에서 이 영화를 혹평을 한 이유를 잘 알겠습니다. 총체적 난국이거든요. 게다가 허접해도 매력적일 수 있는 B급 특유의 테이스트마저도 부족합니다. 그냥 안 보시는 걸 권합니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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