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 35

용두사미의 모범사례인 마녀사냥 영화, '데번스빌 테러'

예나 지금이나 마녀 사냥, 그것도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진짜' 마녀 사냥은 꽤 인기있는 호러 영화의 소재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시대 불문 여러 작품들이 존재해 왔고, 개중에는 좋은 영화도 있지만 나쁜 영화도 있는데요. 이 1983년도에 나온 '데번스빌 테러(The Devonsville Terror)'는 안타깝게도 나쁜 영화에 속합니다.  줄거리는 미국의 데번스빌이라는 마을에서, 과거 마녀사냥으로 3명의 여성이 억울하게, 잔혹하게 살해당하면서 시작됩니다. 공권력이 개입한 마녀사냥이라기 보다는, 작은 사회 구성원들의 린치로 묘사됩나다만 어쨌든 마녀사냥은 마녀사냥이지요. 그리고 수백 년이 지나,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던 데번스빌에 3명의 여성이 나타납니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능력을 갖춘,..

최초의 H. P. 러브크래프트 원작 영화, '유령 출몰지'

1963년 영화 유령 출몰지(The Haunted Palace)는 장르 불문 서브컬쳐에 끼친 영향이 막대한 작가, H. P. 러브크래프트 원작을 영화화 한 첫 번째 작품으로 특히 유명한 것 같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러브크래프트보다 에드가 앨런 포가 더 잘 먹히는 이름이었기에, 앨런 포의 이름을 중점적으로 팔았지만 실제로는 러브크래프트 원작에 더 가까운 작품이지요. 저야 러브크래프트 작품(크툴루 신화)는 위키로만 주로 접했기에 잘 알지는 못하지만, '최초의 러브크래프트 원작 영화'의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훗날 B급 영화로 돈벌기 최고 전문가가 되는 로저 코먼이 '괜찮은 영화 감독이던 시절' 감독한 영화라는 점. 또 대배우 빈센트 프라이스 주연이라는 점 등도 짚고 넘어가..

슬래셔 영화의 고전이자 수작, 영화 '블랙 크리스마스'

영화 블랙 크리스마스(Black Christmas)는 호러 영화의 역사, 특히 슬래셔 영화의 역사에서 꽤 중요한 작품입니다. 1974년에 나왔으니 슬래셔 장르를 완성시켰다고 평가받는 '할로윈' 보다도 4년 이르지요. 그만큼 초창기 슬래셔 무비로서 그 존재감과 영향력이 꽤 크다고 평가받습니다. 또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역할을 연기한 것으로 유명한 올리비아 핫세가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인데요. 줄거리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 여대생 기숙사에 정체불명의 장난전화가 걸려오면서 시작됩니다. 기분나쁜 장난전화가 이어지는 듯 싶더니 (처음에는 관객들만 아는) 살인자가 등장하여 여학생을 살해하기 시작하지요. 그 와중에 장난 전화는 이어지고, 마침내 여학생들도 이것이 단순한 장난전..

넷플릭스산 호불호 무진장 갈리는 애니, '멀리건'

넷플릭스 애니 '멀리건(Mulligan)'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꽤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입니다. 세계 최고의 영화 데이터 베이스 사이트인 IMDB의 멀리건 항목에 들어가 보면, 평점란이 말 그대로 난장판이 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좋은 작품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괜찮은 작품이라고 하며, 누구는 쓰레기라고 하고 누구는 '이딴 걸 만드느라 파이널 스페이스 같은 작품을 캔슬했냐?' 라고 욕하기도 합니다. 저도 넷플릭스에서 파이널 스페이스나 캡틴 폴 같은 뛰어난 작품을 캔슬한 건 대단히 불만이 큽니다만, 애꿎은 다른 작품을 끌어들이며 욕하는 건 찬성할 수 없네요. 그런 의미에서 다른 평이나 '이거 때문에 다른 애니가 캔슬 되었다' 라는 소리는 치우고, 저의 기준에서 한 번 평가 해 볼..

포도가 빚어낸 좀비 지옥, 영화 '죽음의 포도'

1978년 영화 '죽음의 포도(The Grapes of Death)'는 프랑스산 좀비 영화입니다. 와인의 나라 답게 '감염된 포도'를 매개체로 한 좀비 감염 사태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생존자의 분투를 다룬 영화인데요. 현재 유행하는 좀비물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차이 나지만, 개성적이고 뚜렷한 성취를 거둔 작품이라는 점에서 좀비 영화를 논할 때 한 번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작품인데요. 줄거리는 도시에서 살던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포도원에서 일하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시골로 내려가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문제의 포도원에서 사용하던 농약의 영향으로 좀비 사태가 일어나고, 포도원 주변은 물론 엘리자베스가 탄 기차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좀비가 된 승객에게서 간신히 도망친 엘리자베스는 시골 마을로 대피하지만, 이미 ..

천재 마술사이자 소시민 살인자의 이야기, 영화 '더 매드 매지션'

1954년 영화 더 매드 매지션(The Mad Magician)은 개봉 당시 제가 리뷰한 바 있는 밀랍의 집의 아류작 취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두 영화 모두 소재부터가 비슷하다면 비슷하고, 둘 다 빈센트 프라이스 주연이며, 둘 다 3D 상영을 하였고, 더 매드 매지션 쪽이 1년 늦게 나왔으니 '명작 밀랍의 집의 인기에 편승한 아류작' 소리를 들은 게 이해는 갑니다. 과연 이 영화는 그저그런 아류작 중 하나이며, 큰 의미도 없는 그런 영화에 불과할까요? 줄거리는 천재 마술사인 '돈 갈리코' 가 오랫동안 자신의 능력으로 다른 마술사의 뒷받침만 해 주다가, 뒤늦게 독립 무대를 마련하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갈리코의 독립 마술사로서 첫 번째 공연은 그의 고용주인 마술 기획사 사장에 의해 중단됩니다. 이 마술사 ..

잘 만들어진 19세기 고전의 변주, 영화 '스크루지'

1988년 영화 '스크루지(Scrooged)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 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작품인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영화 포스터에 현대 도시 풍경이 박혀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원작 그대로 만드는 대신 현대 버전으로 변주를 하였습니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다 보니 문자 그대로 '원작 그대로' 만드는 게 더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유명한 원작을 변주하는 것이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이 정도로 유명한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는 큰 도전인데요. 줄거리는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과는 좀 다릅니다. 영화에서는 현대 사회에 찰스 디킨스이 쓴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소설이 없는 척 하진 않습니..

오스틴 파워의 선배인 B급 SF 첩보 코미디, '닥터 골드풋과 비키니 머신'

영화 제목이 '닥터 골드풋과 비키니 머신(Dr.Goldfoot and the Bikiki Machine)이고, 포스터가 저런데 멀쩡한(?) 첩보물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 1965년작 영화는 멀쩡한 첩보물이나 SF 영화와는 거리가 먼, 한없이 망가지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혹시 '오스틴 파워'를 떠올렸다면, 아주 정확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오스틴 파워 시리즈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꼽히거든요.  줄거리는 본 영화의 주인공이자 빌런인 골드풋 박사가 황금 비키니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 로봇 군단을 만들어, 자신의 야망을 이루려 한다는, 흔한 세계 정복물스러운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골드풋 박사의 야망은 세계 정복보다는,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되는 겁니다. 그 방식도 기가 막힙니다. 전 세계의 부자들..

리메이크 될 만한 가치가 충분한 명작 애니, 란마 1/2

전설의 명작으로 꼽히는 란마 1/2의 리메이크가 사실상 확정되었다는 소식입니다. TS물(성전환물) 장르에서 란마의 위상은 감히 '장르의 알파이자 오메가', '이 장르는 란마와 그 외 작품들로 구분된다' 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이미 란마 리메이크 소식을 알리는 잡지샷까지 떠돌 정도이니 란마 리메이크가 거짓 루머로 밝혀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럼 란마 1/2는 정말 명성만큼 뛰어난 애니이며, 리메이크의 가치가 충분할까요? 타카하시 루미코 선생 원작 만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란마에 포커스를 맞추어 보겠습니다.  스토리  란마 1/2의 스토리는 대부분 옴니버스입니다. 1화로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고, 이후 에피소드와 직접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은, 시트콤 형식인..

치어리더의 사탄 숭배자에게서 살아남기, 영화 '사탄의 치어리더'

호러 영화나 B급 영화에서 치어리더는 꽤 존재감이 있는 직업입니다. 어찌 보면 편견 덩어리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보통 예쁘고, 다소 음란하며, 막말로 희생자가 되기 좋은 직업이라고 여겨지곤 하니까요.(현실이 아닌 장르 속 취급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이러한 장르적 편견에 충실하게 만들어 진 영화도 있고, 그 편견 혹은 클리셰를 이용해 잘 비틀어서 멋진 결과물을 보여 준 영화도 있습니다. 그럼 1977년에 나온 영화 사탄의 치어리더(Satan's Cheerleaders)는 어떨까요? 줄거리는 치어리더들이 사탄 숭배하는 내용....이라고 하기는 어렵고요. 일단 전개는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한 무리의 치어리더가 있고 이들을 이끄는 여자 선생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종의 이유로 사탄 숭배자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