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천국의 영화 리뷰

천재 마술사이자 소시민 살인자의 이야기, 영화 '더 매드 매지션'

B급천국 2024. 6. 2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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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영화 더 매드 매지션(The Mad Magician)은 개봉 당시 제가 리뷰한 바 있는 밀랍의 집의 아류작 취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두 영화 모두 소재부터가 비슷하다면 비슷하고, 둘 다 빈센트 프라이스 주연이며, 둘 다 3D 상영을 하였고, 더 매드 매지션 쪽이 1년 늦게 나왔으니 '명작 밀랍의 집의 인기에 편승한 아류작' 소리를 들은 게 이해는 갑니다. 과연 이 영화는 그저그런 아류작 중 하나이며, 큰 의미도 없는 그런 영화에 불과할까요?

 

줄거리는 천재 마술사인 '돈 갈리코' 가 오랫동안 자신의 능력으로 다른 마술사의 뒷받침만 해 주다가, 뒤늦게 독립 무대를 마련하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갈리코의 독립 마술사로서 첫 번째 공연은 그의 고용주인 마술 기획사 사장에 의해 중단됩니다. 이 마술사 사장은 악덕 계약으로 갈리코를 옭아매어 그가 독립하지 못하게 막았고, 심지어 갈리코의 부인을 빼앗아 자신이 차지한 적도 있던 파렴치한이었습니다. 아내를 빼앗긴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악덕 계약으로 자신의 독립마저 막고, 법으로 해결하는 게 불가능해 진 상황에서 갈리코는 절망하여 고용주를 우발적으로 살해합니다. 이후 자신의 범죄가 들통나는 걸 막기 위해 갈리코는 여러 트릭을 사용하고, 그런 그를 수상하게 여기고 뒤쫓는 자들이 나타나는데.....

 

 

스토리

 

 

 

스토리는 보통입니다. 의외로 잘 짜여진 전개가 나오기도 하고, 지나칠 만큼 멍청한 부분도 있는데요. 전반적으로 선량한 남자였지만, 분노와 좌절 끝에 살인자가 되고 이후 또 다른 분노로, 혹은 살인이 들통나는 걸 막기 위해  계속 살인을 저지르는 주인공 갈리코의 일대기를 잘 따라가는 편입니다. 스토리가 중심을 잃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럭저럭 마무리 되어진다는 점에서 그렇게 나쁘진 않지만 그 도중 전개가 지나치게 어설프거나, 멍청한 부분도 많습니다. 그 멍청한 전개의 절반은 이해가 가지만, 나머지 절반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지요. 종합하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밀랍의 집'과 흡사하다는 혹평도 스토리 한정으로는 맞는 말이고요.

 

 

캐릭터

 

 

본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자, 밀랍의 집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먼저 주인공 갈리코는 밀랍의 집의 주인공처럼 슈퍼 빌런이 아닙니다. 밀랍의 집의 주인공은 고담시에서도 한 자리 차지했을 법 한 슈퍼 빌런이었는데, 그에 비하면 갈리코는 그냥 소소하게 살인 몇 건 저지르고 이를 감추려 발버둥치는 소시민 살인자에 가깝습니다. 물론 천재 마술사로서 그만한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활용해 본인을 쫓는 자들을 따돌리기도 하지만 사실 작중 갈리코의 범행은 대단히 어설픕니다. 그가 저지른 살인은 모두 우발적이고, 이후 머리를 굴려 트릭을 짜고 실행하여 자신의 살인을 감추지만 그 과정에서 빈틈을 내보이며, 추적자들은 이를 쫓아 갈리코를 잡으려 하지요. 살인은 저질렀지만 감옥에 가기는 싫은 소시민 악당의 

 

조연들은 대부분 평범합니다. 주인공의 정체를 두고 긴가민가하는 여주인공, 여주인공의 젊은 연인이자 유능한 경찰, 수사를 방해하는 무능한 경찰 등 딱히 인상깊은 점들은 없는 캐릭터들이 대부분입니다. 딱 한 명, 상당히 조연이 나오는데요. 바로 갈리코를 쫓는 여성 추리 소설가입니다. 이 여성 추리 소설가는 실제 범죄를 다루어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갈리코와 얽히면서 그가 살인 사건의 범인임을 의심하고, 쫓으며 갈리코를 위기로 몰아넣습니다. 범죄라고는 펜과 종이 위에서만 다루어 봤고, 그만큼 어설픈 여성 추리 소설가에 의해 위기에 몰릴 만큼 갈리코의 범죄 행각은 어설픈데요. 소시민 살인자와, 그를 쫓는 실전 경험 없는 추리 소설가라는 기묘한 대립 구도가 상당히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연출

 

 

연출은 대단히 평범합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그냥 so-so한 수준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집니다. 완성도에 신경을 안 쓴 건 아니나, 좋은 결과물도 보여주지 못하고 그렇다고 큰 흠도 없는 그냥 그런 수준의 화면이 시종일관 이어집니다. 여기에 선과 악의 마지막 전투 장면이 상당히 어설프다는 점은 마이너스입니다. 또 밀랍의 집의 경우, 그 자체로도 뛰어났지만 3D 상영을 고려하여 3D로 틀면 당시 관객들에게 꽤 놀라운 경험을 선사했을 장면이 여럿 등장하는데, 본작은 무슨 배짱으로 3D로 틀려 하였는지 궁금할 만큼 3D를 고려한 장면이 적은 편입니다. 이걸 비싼 돈 주고 3D로 본 관객들은 욕 좀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총평

 

'더 매드 매지션'은 밀랍의 집 만큼 좋은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무작정 밀랍의 집을 봤으면 이거 볼 필요는 없다고 폄하할 만한, 단순한 아류작은 아닙니다. 비슷한 면이 많기는 하지만, 분명 차이점도 적지 않거든요. 무엇보다 밀랍의 집이 '슈퍼 빌런의 범죄 서사시'라면, 본적은 '마술 잘 하는 소시민 살인마의 발버둥'에 더 가까우니 말입니다. 밀랍의 집보다는 못하지만, 선과 악 모두 어설픈 가운데 펼쳐지는 잔재미는 분명 장점인 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나쁘지는 않은 영화' 이상의 호평은 어렵겠지만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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