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천국의 영화 리뷰

오스틴 파워의 선배인 B급 SF 첩보 코미디, '닥터 골드풋과 비키니 머신'

B급천국 2024. 6. 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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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이 '닥터 골드풋과 비키니 머신(Dr.Goldfoot and the Bikiki Machine)이고, 포스터가 저런데 멀쩡한(?) 첩보물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 1965년작 영화는 멀쩡한 첩보물이나 SF 영화와는 거리가 먼, 한없이 망가지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혹시 '오스틴 파워'를 떠올렸다면, 아주 정확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오스틴 파워 시리즈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꼽히거든요. 

 

줄거리는 본 영화의 주인공이자 빌런인 골드풋 박사가 황금 비키니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 로봇 군단을 만들어, 자신의 야망을 이루려 한다는, 흔한 세계 정복물스러운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골드풋 박사의 야망은 세계 정복보다는,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되는 겁니다. 그 방식도 기가 막힙니다. 전 세계의 부자들 취향에 맞을 아름다운 여자 로봇을 양산하여 부자들의 부인으로 만든 후, 부자들을 세뇌해 그들의 재산을 여자 로봇에게로 명의이전 시키고, 로봇의 주인인 골드풋 박사가 재산을 독식한다는 어찌보면 꽤 현실적인 야망인데요. 하지만 골드풋 박사가 만든 로봇의 지능이 떨어지는 탓에 계획은 실패를 거듭하고, 허당 특수요원 크레이그와 여자 로봇에게 사기 결혼을 당할 뻔 한 젊은 부자 토드가 골드풋 박사를 쫓기 시작하는데....

 

 

스토리

 

진지함은 1도 기대하면 안 되는, 시작부터 끝까지 농담 따먹기의 연속입니다. 빈말로도 스토리의 질이 높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어차피 농담하자고 가볍게 만든 스토리라고 생각하면, 크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후배라 할 만한 오스틴 파워와 비교하면 스토리의 질은 시대 기준을 고려해도 떨어집니다만, 그래도 영화의 목적이 무엇이며 이 영화를 찾아 볼 관객이 무엇을 기대해야 할 지 잘 알고, 그에 맞는 방향으로 노력하여 만들어 진 스토리입니다. 다만 오스틴 파워와는 달리 자기가 뭘 해야 하는 지는 잘 알았음에도, 그걸 짜임새 있게 만들어 내지는 못 한 느낌입니다. 욕할 만큼 나쁘진 않으나, 여러모로 부실합니다.

 

잔재미는 꽤 괜찮은데요. 취향은 탈 듯 하지만 개그 타율도 나쁘지 않고, 소소한 스토리 진행 가운데 종종 사람을 웃게 만드는 장면들이 꽤 있습니다. 그렇게 잘 만들지는 못 했지만, 자기가 뭘 해야 하는 지는 알고 노력한 결과 스토리의 큰 틀은 부실할 지언정, 소소한 잔재미는 챙겼다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캐릭터

 

 

캐릭터는 좋습니다. 무엇보다 빈센트 프라이스가 연기한 닥터 골드풋 박사의 매력이 상당합니다. 천재 매드 사이언티스트지만 동시에 바보고, 욕심 많고 잔인하지만 본인 혹은 부하들의 잘못으로 실패를 거듭하며 망가지는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하였습니다. 대배우 빈센트 프라이스는 어떤 배역을 맡든 기본 이상은 하는데, 대책없이 망가지는 코미디 영화에서도 그 존재감을 확실히 뽐내줍니다. 영화 전체의 평가를 끌어올릴 정도로 말입니다.

 

허당 특수요원 크레이그, 결혼 사기 피해자 토드 등 골드풋 박사의 적대자. 그리고 골드풋의 부하인 이고르나 미녀 로봇들도 나쁘지 않습니다. 전부 바보고 망가진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그 역할 하나는 제대로 해냈습니다. 다만 작품 전체를 캐리하는 수준의 매력과 영향력을 보여주는 골드풋과는 달리 크레이그, 토드 등 다른 캐릭터들은 그냥 자기 포지션에서 망가지는 역할만 할 뿐, 그 이상의 매력이나 영향력은 보여주지 못합니다. 이런 선악의 대립을 다룬 작품에서는 양 쪽 포지션 모두가 빛나야 시너지 효과도 잘 나타나는 법이지요. 훗날 나온 오스틴 파워가 선역(오스틴 파워스), 악역(닥터 이블) 모두 빛나며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면, 이 영화는 악역인 골드풋만 빛난 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연출

 

 

연출은 괜찮습니다. 이쪽저쪽 가리지 않고 슬랩스틱 코미디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꽤 개그 타율도 높은 편입니다. 세계관이 워낙 바보같다 보니 전반적인 연출도 B급 쌈마이스럽습니다만, 영화 자체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그리고 B급, 쌈마이스럽다 하여, 연출 수준 자체가 떨어지는 건 또 아닙니다. 추격전, 액션, 특수효과 등은 '웃자고 찍은' 목적에 충실하게 나쁘지 않은 퀄리티로 뽑혔습니다. 배우와 소품, 배경 등의 비주얼도 나쁘지 않지요.

 

 

총평

 

나쁘지 않은, 고전 SF B급 첩보 코미디 영화입니다. 크게 재미있진 않지만 소소하게 웃긴 장면은 꽤 있고, 못 만든 부분도 있지만 잘 만든 부분도 있으니까요. 여기에 작품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린 대배우 빈센트 프라이스의 원맨쇼가 있지요. 꼭 보라고 권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봐도 나쁘지 않을 영화입니다. 특히 오스틴 파워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분이라면, 오스틴 파워의 선배라 할 수 있는 이 영화도 한 번 쯤 볼 만 할 겁니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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