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될 만한 가치가 충분한 명작 애니, 란마 1/2

 

전설의 명작으로 꼽히는 란마 1/2의 리메이크가 사실상 확정되었다는 소식입니다. TS물(성전환물) 장르에서 란마의 위상은 감히 '장르의 알파이자 오메가', '이 장르는 란마와 그 외 작품들로 구분된다' 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이미 란마 리메이크 소식을 알리는 잡지샷까지 떠돌 정도이니 란마 리메이크가 거짓 루머로 밝혀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럼 란마 1/2는 정말 명성만큼 뛰어난 애니이며, 리메이크의 가치가 충분할까요? 타카하시 루미코 선생 원작 만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란마에 포커스를 맞추어 보겠습니다.

 

 

스토리

 

 

란마 1/2의 스토리는 대부분 옴니버스입니다. 1화로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고, 이후 에피소드와 직접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은, 시트콤 형식인데요. 우선 시트콤으로서, 훌륭한 스토리를 자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작이 워낙 위대한 작품이니 원작 덕을 단단히 보았고, 그렇다고 원작빨만으로 밀어붙이는 애니는 또 아닙니다. 애니 나름대로 여러 시도를 하였으니까요. 어떤 부분은 더 낫습니다. 예를 들어 여자 란마가 악우이자 연적(?)인 료가의 여동생 노릇을 하는 원작 에피소드를 애니에서 다 쳐낸 건 잘 한 일이라 봅니다. 원작에서도 다소 분위기가 따로 놀고, 어색하고, 재미가 떨어졌거든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오리지널 에피소드가 원작 에피소드보다는 재미가 떨어집니다. 이는 드래곤볼, 명탐정 코난 등 100화가 넘는 '원작 있는 장기 연재 애니메이션' 에서는 언제나 나오는 일이긴 하지만요. 또 원작과 스토리 진행 순서가 달라지는 일이 종종 있는데,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로 작용한 일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원작에 비해 부끄러울 정도는 아닙니다. 원작의 주요 에피소드는 만들 수 있는 만큼 만들었고, 재현도 등도 훌륭합니다. 같은 에피소드를 비교하면 만화 쪽의 스토리가 더 뛰어난 경우도 적지 않지만, 반대로 약간의 각본 변화와 전개로 애니 쪽의 스토리가 더 자연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스토리의 가장 큰 단점은 역시 원작은 제대로 완결이 난 만화인데도, 애니는 제대로 완결이 안 났다는 점일 겁니다. 요즘에야 원작 만화 몇 권, 원작 라노베 1~2권으로 1기 만들고 사라지는 애니가 워낙 많기에 단점이라 하기도 뭐하지만, 타카하시 루미코 원작의 '시끌별 녀석들', '메종일각' 등이 제대로 완결을 냈음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입니다.

 

 

캐릭터  

 

 

말이 필요없는, 명 캐릭터 쇼입니다. 남자 주인공 란마, 여자 주인공 아카네, 또 한 명의 여자 주인공(?) 여자 란마의 캐릭터성은 시종일관 존재감을 마음껏 표출합니다. 여기에 개성 강한 조연들도 대거 등장하면서, 작품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데요. 남녀 주인공 모두 개성이 강하고, 그 못지 않은 개성 덩어리인 조연들도 대거 등장하면서 작품 전체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그 와중에도 남녀 주인공의 존재감이 약해지지 않는다. 말로는 쉽지만, 이거 못 하는 작품이 얼마나 많은가요. 이 어려운 일을 가장 성공적으로 해 낸 작품 중 하나가 란마 1/2일 겁니다. 위대한 원작 덕분이기도 하지만, 원작을 망치지 않고 잘 풀어낸 애니메이션 쪽의 공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성우들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란마 1/2 성우진은 지금 시점에서 보면 '역대 가장 화려한 성우진을 자랑하는 애니 중 하나' 로 분류되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성우 연기, 캐릭터에 잘 맞는 보이스 등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연출

 

 

TV 에피소드만 161화가 방영된 초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작화 수준이 왔다갔다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갈수록 작화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1기(1~18화) 작화가 뛰어나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만 2기는 1기만 못하다는 건 학계의 정설 수준이지요. 저는 평균적으로 따지면 2기의 작화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작품 분량도 워낙 길고, 작품 내와적으로 다사다난하였음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2기 작화가 1기만 못하다는 건 정설이며, 2기 작화를 악평하는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매의 눈으로 꼼꼼히 보지 않더라도, 그냥 봐도 눈에 밟히는 작화나 연출 문제가 2기에서는 종종 튀어나오거든요. 전반적으로 1기 작화는 레전드, 2기는 그만 못하다고 평가할수 있을 겁니다. 액션이나 기타 연출 등도 비슷하고요.

 

 

총평

 

장점도 단점도 있지만, 원작 보기에 부끄러운 애니메이션은 결코 아니며, 전설로 취급받을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거기에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 보던 시절 접했던, 소위 '추억 보정'까지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뇌리에 깊숙히 박혀 있을 명작 애니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꼭 마무리까지 제대로 지어줬으면 합니다.

 

 

평점 ★★★★☆ (추억보정으로 별 반개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