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천국의 영화 리뷰

피를 그만 빨고 싶어하는 드라큘라 딸내미 이야기, 영화 '드라큘라의 딸'

B급천국 2024. 6. 17.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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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영화 '드라큘라의 딸(Dracula's Daughter)는 전설의 드라큘라 영화, 1931년 영화 '드라큘라' 의 정식 후속작입니다. 스토리도 그대로 이어지고, 전작의 사건 직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전작 '드라큘라'에서 있었던 일을 간단히 요악하면 드라큘라는 영국에서 사람들 피를 빨아먹다가 반 헬싱에 의해 죽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본작은 반 헬싱 박사는 '나는 살인마 뱀파이어를 죽였다' 라는 항변이 먹히지 않아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고, 드라큘라 백작의 시체를 누군가 훔쳐갑니다. 드라큘라 백작의 시체를 훔친 건 마리야 잘레스카라는 신비로운 헝가리의 백작 부인입니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잘레스카는 드라큘라 백작의 딸인데요. 잘레스카는 드라큘라의 시체를 불태우고 자신의 저주와도 같은 흡혈 욕망을 이겨내기 위해 심리학자 '제프리 가스' 와 접촉하는데.....

 

 

스토리

 

 

본작의 스토리는 장단점이 공존합니다. 일단 서사가 꽤 다양한데요. 드라큘라라는 빌런의 죽음, 그 때문에 살인죄를 뒤집어쓴 반 헬싱, 아버지와는 다르게 살고 싶어하는 빌런의 딸 등이 어우러져 제법 흥미로운 스토리를 연출해 냅니다. 여기에 잘레스카와 희생자인 여성들과의 묘한 분위기, 또 잘레스카와 심리학자 가스의 관계 등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정작 메인 서사라 할 만한 '흡혈 욕망을 이겨내려는 잘레스카의 서사'가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까놓고 말해 이 영화에서 잘레스카의 행동은 본인의 동기에 비해 '노력이 부족하다' 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별 필요도 없는 개그씬들 덜어내고, 스토리상 잘레스카의 고뇌와 고통을 좀 더 많이, 자세히 묘사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전체의 평가를 깎아먹을 만큼의 큰 단점이라고 평가합니다.

 

 

캐릭터

 

 

캐릭터는 좋은 편입니다. 먼저 주인공이자 빌런인 잘레스카는 호러 영화 사상 최초의 레즈비언 뱀파이어(소설로 따지면 카르밀라가 원조)라는 평이 있는데요. 확실히 그렇게 해석해도 지나치지 않을 야릇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건 사실입니다. 또한, 흡혈 욕구를 이겨내려 노력하는 뱀파이어 캐릭터로서도 거의 최초로 여겨지는데요. 지금이아 넘쳐나는 설정이지만, 그 흔해빠진 설정을 처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고평가하기 충분합니다.

 

이외의 캐릭터도 좋은 편입니다. 잘레스카를 도우려 하나 결국 적대하게 되는 심리학자 제프리 가스, 아버지에 이어 딸의 심장에도 말뚝을 꽂으려 하는 뱀파이어 사냥꾼 반 헬싱 등은 제 몫은 다 합니다. 개인적으로 잘레스카의 하인인 '산도르'가 상당히 인상 깊은데요. 뱀파이어의 하인으로써 불멸을 보상으로 받기 위해 충성을 다하다 결국 딴맘을 품는, 지금 기준에서는 특별한 캐릭터가 아니지만 이 시기엔 신선한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묘사도 잘 되었고요.

 

 

연출

 

 

고전 흑백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꽤 잘 살렸습니다. 아주 좋지는 않지만, 이런 영화가 보여줘야 할 화면빨은 다 보여줍니다. 덕분에 잘레스카가 가련한 존재가 아닌, 사악한 존재로 모습을 드러낼 때의 임팩트도 좋은 편입니다. 아주 좋다고까진 할 수 없지만, 중상급의연출력이라 하겠습니다.

 

 

총평

 

한 번 쯤 봐도 될 만한 고전 공포영화입니다. 잘레스카의 서사, 특히 본인의 동기와 맞닿은 서사가 너무 빈약하다는 꽤 큰 단점을 제외하면 딱히 지적할 만한 단점도 많지 않고 그 나름대로의 미덕도 있는 영화이니까요. 다만 잘레스카의 서사가 빈약하다는 단점이 영화 전체의 완성도에 악영향을 미칠 만큼 상당히 크고, 당시 기준으로 여러모로 참신하다는 건 높이 살 만 하나 일정 수준 이상의 고평가를 할 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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