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영화사의 대표주자인 트로마 영화사의 대표작, 톡식 어벤저는 B급 막장 영화이자, 잘 만든 히어로 영화였습니다. 또한, 트로마 영화사 최고 히트작으로 꼽힐 만큼, 상업적으로 성공한 벌어들인 영화이지요. 이처럼 잘 만들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히어로 영화가 후속작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일 겁니다. 실제로 톡식 어벤저도 당연하다는 듯 후속편이 여럿 나왔습니다. 바로 지금 리뷰하는 2편, 그리고 후에 나온 3편과 4편. 그리고 최근 나온 리부트 판이 있고, 그 외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버전도 나왔습니다.
톡식 어벤저 2는 1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1편에서 우리의 히어로 톡식 어벤저는 악당을 물리치고 자신이 사는 도시 '트로마빌'을 지키는 슈퍼 히어로가 되고 애인과 맺어지며 해피 엔딩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렇게 히어로가 되어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게 살던 톡식은 여자친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새 일자리를 구했는데, 하필 그 직장이 악의 조직 '아포칼립스 주식회사'(진짜로 조직 이름이 Apocalypse Inc. 입니다)였습니다. 근무 중 아포칼립스 주식회사의 악행을 알게 된 톡식 어벤저는 악당들을 박살내 죽이고 정의를 구현합니다. 하지만 이후 톡식은 어린 시절 헤어진 자신의 아버지가 일본에서 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아포칼립스 주식회사의 농간 끝에 히어로 활동을 중단하고 일본으로 아버지를 찾아 떠납니다. 그렇게 톡식이 자리를 비운 트로마빌은 악의 천국이 되는데.....
스토리
이 작품의 스토리는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1편에서 히어로가 된 톡식이 일본으로 가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 또 하나는 톡식과 그가 사는 트로마빌과 악의 조직 아포칼립스 주식회사의 분쟁입니다. 즉 히어로 개인사와 악당과의 다툼 모두를 투 트랙으로 다루다 막판에 서로 합쳐져 결말까지 달리는, 히어로물에서 흔하다면 흔한 스토리인데요. 안타깝게도 둘 다 썩 좋지 않습니다.
먼저 주인공 톡식의 뿌리찾기는 톡식의 아버지가 일본에 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톡식이 일본으로 가서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그리고 찾은 이후 벌어지는 온갖 요절복통 모험으로 다루어지는데요. 이 모험 자체는 꽤 재미있습니다. 그냥 심심하게 아버지만 찾는 게 아니라, 현지 악당들과 마주하여 악당들을 산 채로 샤브샤브로 만들거나 회를 떠 죽이기도 하고 거악과의 전투에서 패했다가 수련을 통해 더욱 강해져, 마침내 거악을 이기는 스토리도 나옵니다. 문제는 이런 각각의 장면들은 꽤 재미있고 유쾌하지만, 그 장면 연결이 좋지 못하다는 겁니다. 또한 톡식의 뿌리찾기 결말도, 아무리 B급 영화라지만 이건 너무 농담식 마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요.(비슷하게 농담식으로 마무리 지은 톡식 어벤저 4편은 아주 훌륭한 결말이었습니다만)
악당 쪽 스토리도 썩 좋지 못합니다. 그럭저럭 영화 내에서 시작과 과정, 끝은 있지만 빈말로도 탄탄하다고 해 줄 수는 없습니다. 1편의 기승전결과 비교하면, 완성도의 차이가 너무나도 큰데요. 게다가 2편에서 악의 조직인 아포칼립스 주식회사와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해 3편으로 넘기는데, 그 때문에 더더욱 2편 자체의 스토리 완성도가 떨어졌습니다. 히어로물에서 거대 악과의 다툼을 한 편으로 마무리 짓지 못해 다음, 다다음까지 넘기는 거야 흔한 일이지만, 그 과정이 좋지 못합니다.
연출
1편보다는 덜 잔인해졌고, 더 코믹해졌습니다. 앞에서 톡식이 악당을 산 채로 샤브샤브하거나 회를 뜬다고 말했는데요. 말로만 들으면 무지 잔인해 보이지만, 막상 화면으로 보면 그냥 개그 프로그램의 한 장면 정도의 수위입니다. 잔인한 장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1편보다는 덜하고, 그 대신 개그씬이 크게 늘었습니다.
문제는 그 개그씬이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점인데요. 1편을 재미있게 본 사람 기준에서 보아도 그렇습니다. 우선 작중 톡식이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다 보니 와패니즈적인 연출이 매우 강합니다. 물론 빈말로도 진지한 와패니즈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웃자고 와패니즈를 희화화, 패러디하면서도 일본 문화 좋아하는 제작진의 애정이 은근히 드러나는 수준이랄까요? 아무튼 와패니즈 분위기가 상당히 강하니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부담스러워 할 사람도 적지 않을 듯 합니다. 또한, 1편에서 '잔인함'과 '코믹함'의 밸런스를 상당히 잘 맞춘 데 반해 2편에서는 지나치게 코믹함에 방점을 찍은 탓에, 영화 전체의 매력이 떨어진 느낌도 있습니다.
캐릭터
캐릭터는 썩 좋지 않습니다. 톡식은 전작 이상의 발전을 보여주지 못하며 동어 반복하고, 그 외의 캐릭터들도 그냥 전작의 동어반복이거나, 새로 나왔지만 썩 좋지 않은 모습만 보여줍니다. 특히 2~3편까지 악의 조직으로 군림하는 아포칼립스 주식회사는 2편 기준으로는 정말 매력이 떨어집니다. 1편과 비교하면 뭐 좋은 게 없네요.
총평
1편은 수작이었지만, 2편은 썩 좋지 못합니다. 차라리 독립적인 B급 영화가 이 정도 완성도였다면 그냥 평작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었겠지만, 1편과 비교하면 평작보다도 조금 떨어지는 영화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네요.
평점 ★★☆
여담
일본 만화 팬에게는 놀라운 이야기일 텐데요. 이 영화는 나가이 고의 배우 데뷔작입니다. 마징가Z, 데빌맨 등을 그린 그 나가이 고 맞습니다. 카메오보다 조금 더 나은, 단역 수준의 비중입니다만 나가이 고 특유의 에로틱한 이미지를 잘 살린 배역으로 나오는데요. 대체 나가이 고가 어떻게 이 막장 B급 영화에 출연하였는지 궁금합니다. 나가이 고는 주류 영화는 물론 비주류 영화도 많이 접한 알아주는 영화광이라 하고, 일본 문화 좋아하는 트로마 영화사에서 나가이 고라는 거물을 모를 리 없으니 어떻게 커넥션을 맺고 출연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가 본작에 출연한 경위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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