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영화 '뱀파이어 연인'(The Vampire Lovers)은 여러모로 의미가 큰 작품입니다. 한때 세계 최고의 호러영화 전문 영화사이던 해머사가 전성기가 지난 후 내놓은 영화 중에서는 대표작으로 꼽히고, 레즈비언이나 여성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호러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이지요.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 중 하나로 통하는 '카르밀라'를 원작으로 하였는데, 확실히 원작도 어느 정도 반영하긴 하였으되 원작 그대로 만든 영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따라서 원작은 제쳐두고 독립적으로 영화를 바라보며 평가하는 게 옳겠지요.
줄거리는 한 백작 부인과 그녀의 딸이라는 '미르칼라'가 귀족 사회에 나타나며 시작됩니다. 미르칼라는 아름다운 외모와 여성들에게 유독 친절한 태도로 귀족 여성들에게 큰 관심을 끌지만, 동시에 그녀의 관심을 받은 젊은 여성은 정체불명의 병에 걸려 앓아눕습니다. 또 여성을 주로 노리는 뱀파이어의 공격이 이어지며 민심이 흉흉해지고, 결국 과거 뱀파이어 사냥 경험이 있는 하토그 남작 등이 미르칼라의 뒤를 쫓는데.....
스토리
스토리는 보통입니다. 나쁘진 않지만 그렇게 좋지도 않은데요. 일단 스토리가 말이 된다거나, 혹은 기승전결이 갖춰져 있느냐는 측면에서는 합격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게 굴러가고, 특별히 크게 욕할 만큼 말이 안 되거나 불만을 표할 부분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또 하나의 흔한 해머사의 호러 영화 1' 이상으로 잘 만든 스토리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원작이 원체 고전이라 그런 지는 모르겠는데 스토리가 전반적으로 상투적이고 예측이 안 되는 부분 같은 것도 사실상 없다시피 합니다. 뭔가 획기적인 여성 서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뱀파이어 일당 vs 인간들 구도를 답습하니까요. 나쁘진 않지만 평범합니다.
캐릭터
먼저 본 작품의 주인공이자 빌런인 미르칼라(카르밀라)는 배우 잉그리드 피트가 연기하였고 호러 영화계에서는 전설로 꼽히는 캐릭터인데요. 그렇게 불릴 만한 자격도 충분합니다. 아름다운 외모와 매혹적인 목소리, 뛰어난 연기력는 기본에 매혹적일 땐 매혹적이고, 위협적일 땐 위협적인 복합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했습니다. 이런 영화의 주인공이자 빌런으로써, 시청자들이 기대할 만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호러 영화 역사에 남을 전설적인 캐릭터아지, 이후 나온 두 편의 후속작에서 동일 배역에서 배우가 바뀌는데, 아무래도 1편의 그 위대함을 못 따라갑니다. 소위 '캐릭터 하나가 작품을 하드캐리 하는 수준' 입니다.
그 외의 캐릭터들도 제 몫을 합니다. 미르칼라와 대립하는 장군 역할을 하는 피터 쿠싱은 역대 최고의 반 헬싱 배우, 나아가 세계에서 제일 뱀파이어 사냥꾼 역할을 잘 하는 배우 답게 이 영화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이고요. 그 외에 미르칼라의 아군도, 적군도, 희생양들도 자기 위치에서 '밥값은 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잘 해냅니다.
연출
개인적으로 해머사 공포영화의 단점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장르가 비슷하면 연출도 대부분 비슷비슷하다는 겁니다. 작정하고 튀지 않는 한은 말이죠. 이 영화도 이전 해머사 공포영화, 그러니까 드라큘라 시리즈나 그 외의 뱀파이어 영화에서 본 연출들과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아름다운 미르칼라의 캐릭터 성을 맞추기 위함인지,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결과가 꽤 괜찮다는 건 인정해야 겠네요. 보고 난 후에도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장면이 여럿 있고, 그 외에도 연출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해머사 평균 이상의 연출력을 보여 준 영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총평
완성도로만 따지면, 그렇게 뛰어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점이나 미덕도 있지만 완성도만으로는 평작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다만 본작의 주인공, 미르칼라가 말 그대로 하드캐리 합니다. 영화는 평범하지만 '주인공이 호러 영화 사상 가장 매력적인 레즈비언 뱀파이어다' 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본작을 즐길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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