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천국의 영화 리뷰

용두사미의 모범사례인 마녀사냥 영화, '데번스빌 테러'

B급천국 2024. 6.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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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마녀 사냥, 그것도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진짜' 마녀 사냥은 꽤 인기있는 호러 영화의 소재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시대 불문 여러 작품들이 존재해 왔고, 개중에는 좋은 영화도 있지만 나쁜 영화도 있는데요. 이 1983년도에 나온 '데번스빌 테러(The Devonsville Terror)'는 안타깝게도 나쁜 영화에 속합니다. 

 

줄거리는 미국의 데번스빌이라는 마을에서, 과거 마녀사냥으로 3명의 여성이 억울하게, 잔혹하게 살해당하면서 시작됩니다. 공권력이 개입한 마녀사냥이라기 보다는, 작은 사회 구성원들의 린치로 묘사됩나다만 어쨌든 마녀사냥은 마녀사냥이지요. 그리고 수백 년이 지나,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던 데번스빌에 3명의 여성이 나타납니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능력을 갖춘, 모범 시민들이었지요. 하지만 데번스빌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남성 우월주의적인 마을이었고, 결국 마을에서 발언권이 큰 남성들은 이 3명의 여성들을 마뜩찮게 보다 결국 수백년 전에 이어 다시 한 번 마녀사냥을 벌이려 하는데.....

 

 

스토리

 

 

용두사미도 이 정도면 대단한 수준입니다. 시작과 중반까지는 괜찮다가 이렇게까지 끝이 처참해질 수 있는 지 진실로 이해가 안 갈 정도인데요. 중반까지는 정말 괜찮습니다. 잔혹한 마녀사냥으로 억울하게 여성들이 살해당하고, 이후 수백 년이 지난 후 지나치게 보수적인 마을에서 여성들이 또 다시 위기에 처해지는 상황을 묘사하고, 몰아가는 건 꽤 잘 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다시 한 번 마녀사냥이 벌어질 법 한 상황을 조장하는 것도 그럭저럭 잘 해냈고, 그 외에 다양한 떡밥들도 뿌리면서 어느 정도 흥미롭게 진행합니다. 중반까지는 말입니다. 

 

하지만 후반부터 결말은 최악입니다. 뿌린 떡밥을 제대로 회수하지 않았다라는 건 너무 얌전한 표현이고요. 사실상 후반부터 결말까지는 스토리라는 게 없이, 자극적인 장면 몇 개만 배치하고 그대로 영화 문을 닫은 수준입니다. 특히 결말은 용두사미가 넘쳐나는 호러 영화 역사상 통틀어, 손꼽을만한 막장 전개이지요. 각본가가 각본 잘 쓰다가 도중에 도망간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캐릭터

 

스토리가 끔찍한 용두사미라 그렇지, 사실 캐릭터는 괜찮습니다. 먼저 배경이 되는 데본스빌이라는 마을에서 현대(1980년대) 사회에서도 마치 중세처럼 근엄하고 보수적이며 지나치게 남성 우월적인 작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을 꽤 그럴듯하게 묘사하였습니다. 여성을 먼저 건드려놓고, 자기가 오히려 피해자인 양 주장하며 여성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남자 캐릭터들은 꽤 현실적이고 좋은 의미로 혐오스럽게 묘사하였지요. 그리고 피해자가 되는 현대 시대의 3명의 여성들의 캐릭터도 괜찮습니다. 캐릭터성이 깊지는 않지만, 작품 분위기에 잘 맞는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여기에 모종의 비밀을 갖고, 떡밥을 뿌려대는 캐릭터도 흥미를 더해주지요.

 

문제는 용두사미 결말이 이 모든 걸 날려 버린다는 겁니다. 제가 이 영화를 다 보고 든 생각이 '이 스토리와 캐릭터들이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였지요.

 

 

연출

 

 

연출도 괜찮습니다. 먼저 어둠을 꽤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작중 어두운 분위기를 잘 연출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리뷰한 투어리스트 트랩처럼 뭐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 영화 평가를 깎아먹게 만드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또한, 밝은 화면 속에서도 겉보기엔 평화롭지만 시대에 뒤쳐진 마을의 분위기를 영상으로 나쁘지 않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잔혹 묘사도 꽤 리얼하면서 임팩트 있게 묘사하였습니다. 비록 용두사미의 끝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결말부에서 몇몇 인간이 죽어나가는 장면은 '연출'만은 괜찮습니다. B급 특유의 허접한 부분이 군데군데 보이기는 하지만 저예산 영화의 한계를 고려하면 꽤 괜찮게 뽑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총평

 

모든 면에서 나쁜 영화는 아닙니다. 캐릭터도 이정도면 나쁘지 않고, 연출은 나쁘다기 보다는 오히려 좋다고 평가합니다. 문제는 역시 용두사미가 많은 호러 영화 기준으로 봐도, 상당히 극단적인 수준의 용두사미 스토리인데요. 스토리가 평균만 되었어도 저는 이 영화를 '추천할 만한 작품'이라고 평했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 도에 지나치게 나쁜 스토리가 이 영화를 비추천 작품으로 만들어 버렸네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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