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천국의 영화 리뷰

'진짜' 막장 B급 영화, 하지만 뛰어나지는 못한 '할리우드 전기톱 매춘부'

B급천국 2024. 6. 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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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메이저 영화사의 간부인데, '할리우드 전기톱 매춘부(Hollywood chainsaw hookers)' 라는 제목의 시나리오가 탁자에 놓인다면 읽기도 전에 내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초에 '할리우드 전기톱 매춘부' 라는 제목을 달았다는 건, 대중 영화이길 포기했다는 뜻이지요. 한국에서 관객 100만 명 이상을 모으는 게 목표인 영화 제목을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로 지으면 안 되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실제로 이 1988년 영화는 그야말로 '찐 B급'으로 통하는 데요.

 

줄거리는 한 사립 탐정이 헐리우드 주변을 맴도는 매춘부들을 수사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탐정은 집에서 가출한 소녀가 매춘부가 된 것을 알고, 그를 찾아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의뢰를 받았는데요. 그런데 비슷한 시기, 매춘부들이 전기톱을 들고 사람을 토막내는 사이비 종교가 창궐하여, 연쇄 살인 사건을 일으킵니다. 이에 탐정은 가출 소녀를 찾으면서, 할리우드 전기톱 매춘부까지 상대해야 하는데....

 

 

스토리

 

 

'찐 B급 영화는 스토리가 나쁘다' 라는 건 편견입니다. 허접한 건 사실이나, 스토리의 질이나 기승전결은 괜찮거나, 심지어 뛰어난 영화도 있으니까요. '찐 B급 영화는 스토리가 좋은 영화보다 나쁜 영화가 더 많다' 라는 명제는 참이지만, 그것이 스토리의 질이 낮은 데 대한 변명은 못 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스토리는 아주 나쁩니다.

 

우선 기승전결부터가 엉망이고요. 전개가 생각보다 지루합니다. '톡식 어벤져' 처럼 기승전결 제대로 갖추거나, '버수스' 처럼 스토리가 부실하면 액션이나 개그, 기타 스토리를 보완할 수 있는 것들을 넣어 전개가 지루하지 않도록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 합니다. 스토리의 질이 대단히 낮은데다 이를 보완할 만한 다른 매력도 없으니  영화가 전반적으로 지루합니다.

 

 

캐릭터

 

 

주인공인 사립 탐정, 그리고 전기톱 매춘부, 선량한 매춘부, 사이비 교주 등이 등장하는데 이 중 재미있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설정만 보면 B급 감성 충만하더라도 재미있는 캐릭터 한둘은 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캐릭터 설정만은 괜찮은데, 행동으로 제대로 보여주지 못 합니다.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크게 떨어지다 보니 스토리의 질이 낮은 것과 안 좋은 형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영화의 전체적인 질도 크게 떨어집니다. 차라니 전기톱 매춘부가 신나게 사람을 썰면서 시체로 산을 쌓았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그마저도 많이 보여주지 않지요.

 

 

연출

 

 

안 좋습니다. 우선 영화가 상당히 야한데요. 본인이 야한 걸 싫어하진 않습니다만, 극영화에선 야한 것과 매력적인 건 다른 개념입니다. 이 영화는 분명 야하지만, 매력적이진 않은데요. 즉 야한 것만으로 관객을 빨아들이는 매력은 없고, 야한 장면들이 스토리 진행에 도움이 되진 않고 방해가 됩니다.

 

앞서 살짝 언급하였듯, 스토리도 안 좋고 야한 것으로 매력을 창출하지 못했다면 잔혹함이라도 제대로 보여줬으면 그 나름대로의 미덕이 되었겠지만 그나마도 부족합니다. 수위가 아주 낮냐면 그건 아니지만, 확실히 잔인하거나 혹은 '스카페이스'의 전기톱 살인 장면처럼 기막힌 연출을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저에게는 화면이 싼 티 나는 건 큰 문제가 아닙니다만, 매력없이 싼 티가 나는 건 문제가 됩니다. 이 영화는 매력없이 싼 티 가득한 케이스고요.

 

 

총평

 

좋지 않은 영화입니다. 제목이 워낙 강렬하여 싸구려지만 재미있거나 강렬한 영화가 아닐지 기대가 컸는데, 전혀 재미있지도 않고 인상깊은 순간도 없다시피 했습니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B급 팬도 있는 걸로 압니다만, 저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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