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천국의 영화 리뷰

약 빤 곰 상대로 살아남기, 영화 '코카인 베어'

B급천국 2024. 6. 21. 14:49
반응형

 

'B급 영화'라는 건, 돈이 부족한 마이너 제작사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메인스트림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거나 메이저 제작사가 만든 영화이나, 주류 창작물에서는 시도는 커녕 상상조차 쉽게 하기 어렵고, 나아가 완성도를 담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설정이나 세계관 하에 영화를 만들면, 그게 B급 영화가 아닐까요. 물론 'B급의 탈을 쓴 A급' 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코카인 베어는 B급 영화 혹은 B급의 탈을 쓴 A급 영화의 범주에 속할 만한 작품일 수 있습니다. 이 2023년 작 '코카인 베어'(Cocaine bear)도 메이저 제작사에서 만든, 하지만 B급 감성이 기반이 된 영화인데요.

 

줄거리부터가 B급 스럽습니다. 비행기로 국경을 넘어 코카인을 밀수하려다 사고로 포장된 코카인이 미국의 산악지대 여기저기에 흩뿌려지고, 이를 우연히 곰이 집어먹습니다. 말 그대로 약 빨고 뿅 간 곰은 코카인을 탐하면서, 문제의 코카인 밀수에 얽힌 인간들은 물론, 무관한 인간까지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데....

 

 

스토리  

 

 

코카인 베어의 스토리는 괜찮습니다. 기승전결도 꽤 제대로 되었고, 저 캐릭터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 지 개연성 문제가 도드라지는 수준도 아닙니다. 또한 코카인에 취한 곰을 무차별 살인마로 만들지 않고 일종의 '규칙'에 따르는 존재로 만든 후, 이를 잘 지키고 활용하여 영화 전개부터 결말까지 꽤 매끈하게 뽑아냈다는 점도 고평가 할 만 합니다. 설정이나 세계관이 독특한 작품일 수록 이 기본적인 스토리텔링을 잘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작은 꽤 괜찮게 뽑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예고편에서 상상한 것보다 스토리가 얌전한 것이 불만이었습니다만, 완성도란 측면에선 분명 괜찮습니다.

 

 

캐릭터

 

 

코카인 빨고 맛 간 곰이라는 설정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곰 캐릭터만 살고 인간 캐릭터는 다 별볼일 없지 않을까 걱정했는데요. 의외로 생각과는 반대로 나왔습니다. 일단 곰은 기본은 하지만 생각보다 임팩트가 약한 편입니다. 물론 코카인 빨고, 미친 짓 하고, 사람도 죽이고, 충분히 위협적인 캐릭터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약 빨고 날뛰는 곰이 나오는 19금 호러 영화' 에서 기대한 것에 비하면, 다소 약하달까요? 너무 순하고, 선량한 느낌입니다. 결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고요

 

반면에 인간 캐릭터는 전반적으로 좋습니다. 각각의 포지션도 분명하고, 대부분의 인간 캐릭터들이 각각의 동기와 드라마를 갖고 있으며, 짜증나거나 없어졌으면 하는 캐릭터들은 빨리빨리 처분됩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도 하지요. 기본은 하지만 무언가 기대이하에 부족한 느낌의 곰 캐릭터를, 인간 캐릭터들이 보완해 주는 느낌입니다. 

 

 

연출

 

 

연출은 괜찮습니다. 곰이 인간을 습격하는 장면은 더 잔혹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테리파이어' 처럼 소수의 매니아를 타깃으로 한 게 아니라 대중성을 고려해야 했을 것이므로 적절히 고어도를 잘 조절하였습니다. 또한 곰을 무자비한 살인마로만 묘사하는 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대로 '코카인이라는 룰'에 종속된 캐릭터임을 화면으로 잘 연출하여 개연성을 떨어뜨리지 않았습니다.

 

편집도 괜찮습니다. 편집을 짚고 넘어가는 이유는 코카인 곰부터 시작하여, 상당히 많은 숫자의 '비중있는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비중을 어느 정도 묘사하면서 영화 전체를 끌고 나가려면 좋은 편집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요. 그 편집도 나쁘지 않습니다. 덕분에 시간의 흐름은 복잡하지 않으나 다양한 캐릭터 시점을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도 스토리가 잘 이해됩니다.

 

 

총평

 

아쉬운 점도 있지만, 괜찮은 영화입니다. 코카인 베어라는 설정상 좀 더 막나가거나, 좀 더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 정도면 일정한 성취는 거둔 셈이니까요.

 

 

평점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