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천국의 영화 리뷰

엉망이지만 맛있는 불량식품 같은 복수극 영화 '매드 폭시스'

B급천국 2024. 6. 1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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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는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썩어 빠졌지만 그럼에도 재미있는 영화가 있다는 게 B급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그 중에서도, '완성도로는 도무지 좋은 소리를 할 수 없지만 기묘하게 재미있는 영화' 의 최고 수준에 도달한 작품 중 하나가 1981년에 나온 '매드 폭시스'가 아닐까 하는데요. 

 

줄거리는 흔한 복수극입니다. 근사한 슈퍼카를 몰던 주인공이 네오 나치 오토바이 갱단과 충돌을 일으키고, 실수로 갱단 한 명을 죽게 만듭니다. 이에 오토바이 갱단이 주인공을 구타하고 주인공의 여자친구를 강간하여 복수합니다. 주인공은 자신과 잘 알고 지내던 가라데 도장의 무술가들을 모아 인해전술로 오토바이 갱단을 제압하고, 여자친구를 강간한 갱단을 '물리적 거세' 하여 복수합니다. 이에 오토바이 갱단은 가라데 도장에 총과 폭탄을 들고 쳐들어가면서, 복수의 악순환이 이어지는데....

 

 

스토리

 

 

개연성, 현실성, 기승전결 등으로 따지면 이 영화의 스토리는 최악에 가깝습니다. 등장인물 중 정상인은 하나도 없고, 개연성은 안드로메다까지 날아갔으며, 현실성은 그냥 씹어먹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의 행보는 '역사상 가장 멍청한 복수물 주인공' 1,2위를 다툽니다. 총과 수류탄까지 마구잡이로 쏴갈기는 미친 네오나치 갱단이 자기를 습격해서 죽다 살아났는데, 경찰에 신고도 안 하고 그냥 본가로 내려서 부모님과 하하호호하고 데이트하다 갱단 습격을 받아 가족이 전멸하는 수준의 스토리인데요.

 

재미있는 건, 끔찍한 스토리가 계속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재미가 있다는 겁니다. 커뮤니티에서 종종 쓰이는 표현을 빌리면, '뇌절도 극한으로 치달으면 재미있다' 랄까요? 제작진도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 모를 리 없었을 테고, 이왕 망가질 바에야 극한의 망가짐을 보여줘, 그로서 재미를 연출하겠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멍청하고 조각난 스토리라지만, 그 순간순간이 재미있기도 하니까요.

 

 

캐릭터

 

 

현실성을 포기한 과장되고, 난장판 캐릭터쇼입니다. 주인공 캐릭터는 상상 가능한 가장 멍청한 짓을 하고, 악당들은 인간 쓰레기를 무시하기 위해 상상 가능한 모든 현실성을 무시하며, 그 외 캐릭터들은 난장판 속에서 어떻게 상황을 더 어지럽힐 지 연구하고 행동하는 듯 엉망진창의 짓거리를 반복합니다. 앞서 이야기 한 표현을 다시 한 번 쓸 수 있겠는데요. 바로 '뇌절도 극에 달하면 재미있다' 말입니다.

 

 

연출

 

 

줄거리나 캐릭터가 뇌절의 끝을 보여주는 것 치고는, 이 영화의 연출은 놀랍게도 괜찮습니다. 물론 어설픈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격투 액션은 이 시기 서양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비슷한 시기 동양 영화보다는 많이 떨어지는데요. 하지만 그 외의 연출은 의외로 좋은 장면들이 많습니다. 오토바이 갱단이 학살을 벌이는 장면, 주인공이 갱단 한 명 한 명에게 복수하는 장면, 차량 추격전 등 액션씬의 연출은 꽤 볼만합니다. 굳이 B급 기준을 들이대지 않고도, 당시 시대 기준으로 꽤 볼만합니다.

 

여기에 스토리가 엉망진창이라고 했는데, 그 엉망진창인 스토리를 보여주는 연출은 의외로 훌륭합니다. 주인공이 험한 꼴을 겪고, 이에 복수를 다짐하고, 복수에 나서고, 복수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장면 각각의 연출'은 훌륭합니다. 이 영화가 뇌절의 끝을 보여주는 스토리와 캐릭터에도 재미있는 건 연출이 뛰어난 덕분이 아닐까요.

 

 

총평

 

이 영화를 쓰레기라고 부르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고, 변호의 여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와 캐릭터 모두 엉망이니까요. 하지만 그 엉망진창 속에서도 의외로 뛰어난 연출, 그리고 어떤 새로운 경지의 뇌절을 보여주는 B급 영화라는 점에서, 즐겁게 볼 만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겠습니다. 최소한 저는 즐겁게 보았거든요. 만화로 따지면, '피안도 48일 후' 같은 작품이랄까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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