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천국의 영화 리뷰

준수한 80년대 B급 슬래셔 영화, '여름날 파티에서 대학살'

B급천국 2024. 6. 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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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작 '여름날 파티에서 대학살(The slumber party massacre)'은 80년대 슬래셔 영화 중에서도 꽤 지명도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 시기 나온 슬래셔 영화중 할로윈,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가 A급이라면, 여름날 파티에서 대학살은 그 아래 위치한 B급 라인의 대표주자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지명도라면 분명 상당한 이 영화는 정말 무더운 여름날 밤 감상할 만한, 좋은 호러영화라 할 수 있을까요?

 

줄거리는 흔한 슬래셔 무비의 한 전형이라 할 만 합니다. 여학생들이 있고, 이들은 모종의 이유로 서로 다투고 있는데, 그 와중에 드릴을 든 살인마가 나타나지요. 결국 여학생들은 때론 서로를 의심하고, 또 한편으로는 협력하면서 정체불명의 살인마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스토리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꽤 질이 높습니다. 사실 슬래셔 영화를 10편 이상 본 사람이라면 영화 틀고 5분 만에 줄거리가 훤히 보일 겁니다. 할로윈처럼 장르 하나를 완성했다거나, 나이트메어처럼 좋은 스토리에 초자연적 요소를 결합하여 개성을 주었다거나, 13일의 금요일 1편이나 슬리퍼웨이 캠프 처럼 훌륭한 반전으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건 아닙니다. 스토리 자체는 평범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 스토리의 질을 높이 평가하는 건, 대부분의 슬래셔 영화가 잘 하지 못하는 '소소한 인간 드라마'를 잘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학생들끼리 은근히 기싸움을 하고, 말다툼을 하고, 티격태격하고, 화해하기도 하는 등 인간 드라마가 평이한데도, 지루하지 않고 꽤 재미있습니다. 많은 슬래셔 영화가 인간 드라마에서는 인내심을 발휘하다가 사람이 죽기 시작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인간 드라마도 볼만하고 사람이 죽기 시작하면 더 재미있습니다. 사실 스토리가 재미있는 슬래셔 영화는 소소한 인간 드라마를 잘 연출하는 게 아니라 악당이나 사이코들이 인간 복마전을 펼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잘 만든데다가, 희귀하기까지 하죠.

 

 

캐릭터

 

 

이 영화가 소소한 인간 드라마를 잘 연출한 보기 드문 슬래셔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건 좋은 각본은 물론, 잘 만든 캐릭터에도 어느 정도 공이 돌아가야 합니다. 솔직히 살인마나 다른 캐릭터나, 호러 영화 역사에 남을 명 캐릭터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두 평균이나 그 이상은 합니다. 살인마의 매력도 보통은 되고, 그 외 등장인물들은 다양하면서도 제 몫을 다 해냅니다. 발암 캐릭터도 있고, 무력한 캐릭터도 있으며, 용기를 내어 살인마와 맞서 싸우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캐릭터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 하면서 그만큼 영화 전체의 질을 끌어 올려 줍니다. 즉 특정 캐릭터 하나가 좋다기 보다는, 평균적으로 일정 이상의 수준을 갖춘, 좋은 캐릭터'들'의 영화라 하겠습니다.

 

아쉬운 건 혼자서도 큰 파괴력을 보여주는 강렬한 캐릭터는 없다는 겁니다. 살인마도 그렇고, 희생자도 그렇습니다. 이건 슬래셔 장르에서는 상당히 큰 단점이라 가장 아쉬운 대목입니다.

 

 

연출

 

 

전반적으로 평이합니다. 이거보다 비주얼이나 살육 장면을 더 재미있게 찍은 80년대 슬래셔 영화도 많이 보았고, 더 재미없게 찍은 영화도 많이 보았습니다. 다만 영화 후반, 살인마와 살아남은 '파이날 걸(슬래셔 영화 최후의 생존 여성 or 생존 여성들)'의 대결은 상당히 비장하고 멋지게 잘 뽑혔습니다. 

 

 

총평

 

종합하면 완성도 좋은 슬래셔 영화입니다. 다만 슬래셔 영화 장르 특성상, 캐릭터의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건 생각보다 큰 단점입니다. 슬래셔 영화에서는 여러 캐릭터들이 모두 평균 이상이고, 그들이 소소한 인간 드라마를 잘 연출한 작품보다는 역대급 임팩트의 살인마 한 명이 마음껏 날뛰는 게 더 큰 미덕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재미나 완성도는 분명 평균 이상이므로, 이 장르를 좋아한다면 한 번 볼 만한 작품입니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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