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천국의 영화 리뷰 36

피를 그만 빨고 싶어하는 드라큘라 딸내미 이야기, 영화 '드라큘라의 딸'

1936년 영화 '드라큘라의 딸(Dracula's Daughter)는 전설의 드라큘라 영화, 1931년 영화 '드라큘라' 의 정식 후속작입니다. 스토리도 그대로 이어지고, 전작의 사건 직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전작 '드라큘라'에서 있었던 일을 간단히 요악하면 드라큘라는 영국에서 사람들 피를 빨아먹다가 반 헬싱에 의해 죽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본작은 반 헬싱 박사는 '나는 살인마 뱀파이어를 죽였다' 라는 항변이 먹히지 않아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고, 드라큘라 백작의 시체를 누군가 훔쳐갑니다. 드라큘라 백작의 시체를 훔친 건 마리야 잘레스카라는 신비로운 헝가리의 백작 부인입니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잘레스카는 드라큘라 백작의 딸인데요. 잘레스카는 드라큘라의 시체를 불태우고 자신의 저주와..

늙은 인종차별주의자 흡혈귀의 모험, 영화 '올드 드라큘라'

공포 영화, 아니 영화의 역사를 통틀어 드라큘라만큼 오랫동안 인기를 끈 캐릭터도 없을 겁니다. 그만큼 숱한 영화가 만들어졌고, 재해석도 끝없이 이루어졌으며, 멀쩡한(?) 드라큘라 영화가 아닌 패러디나 코미디의 소재로도 끝없이 재탄생되었습니다. 이 1974년 작 올드 드라큘라(OLD DRACULA)도 드라큘라의 일종의 패러디 코미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드라큘라 패러디나 코미디야 별처럼 많습니다만, 이 작품은 '인종차별주의자 드라큘라' 라는 요상한 설정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드라큘라 백작이 현대(1970년대)까지 살아남았고, 뱀파이어는 불로불사인 줄 알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늙었으며, 지금은 유령 나올 것 같은 성에서 외로운 귀족으로 군림하는 게 아니라 현대 사회에 ..

노틀담의 꼽추와 프랑켄슈타인의 만남, 영화 '영안실의 꼽추'

노틀담의 꼽추와 프랑켄슈타인을 주 재료로 하고, 거기에 광기와 크툴루 신화를 한 스푼 섞으면 뭐가 나올까요? 바로 '영안실의 꼽추'(Hunchback Of The Morgue)가 나옵니다. 1973년에 나온 이 스페인 영화는 당시 기준으로 보나 지금 보나 꽤 강렬한 스토리라인과 캐릭터, 그리고 파국적인 결말이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물론 스토리와 캐릭터가 강하다고 다 좋은 영화인 건 결코 아니겠지요. 과연 이 영화는 어떤 작품일까요? 이 영화는 영안실에서 일하는 꼽추 '볼프강 고토'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고토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힘이 세지만, 꼽추라는 신체적 조건 때문에 사회적으로 배척받고, 무시당하며 살아가는 슬픈 존재입니다. 그런 고토의 유일한 삶의 위안은 고토를 친절하게 대해주는 한 병든 소녀인데..

어설픈 초창기 B급 슬래셔. 영화 '투어리스트 트랩'

1979년 영화 '투어리스트 트랩'은 슬래셔 영화(살인마가 사람 죽이는 영화)의 초창기에 나온 작품입니다. 일반적으로 슬래셔 영화라는 장르를 완성시킨 작품으로 평가하는 '할로윈'이 1978년에 나왔으니까요. 그만큼 슬래셔 영화는 이래야 한다거나, 혹은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공식도 덜 완성돠고, 덜 신경쓰던 시절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할로윈 이후 나이트메어, 13일의 금요일 등이 히트치면서 슬래셔 장르는 좀 더 정형화 되는 경향이 있고, 오히려 1970 ~ 1980년대 초반에 나온 슬래셔 영화가 그 이후 작품들보다는 덜 다듬어졌을 지언정, 좀 더 자유로운 스타일이 아니었느냐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럼 슬래셔 장르 초창기에 나온 본 영화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어느..

제목만큼 야하거나 잔혹하지 않다. 영화 '사디즘 박사의 고문실'

1967년 영화 '사디즘 박사의 고문실'(Torture Chamber of Dr.Sadism)은 제목만 봐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 제목을 보고 AV나 에로 영화, 혹은 고문 포르노를 떠올리는 건 저만의 생각은 아닐 건데요. 다행이라 해야 할 지, 이 영화는 제목에서 풍기는 하드하면서 야릇한 분위기와는 딴판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종종 있는 제목 낚시 영화에 가까운데요. 일단 '사디즘 박사' 는 나오지도 않고, 고문실은 나오긴 합니다만 수위는 약한 편입니다. 그러니 잔혹한 성인 영화나 고문 포르노, 그러니까 '쇼군의 사디즘' 같은 영화는 결코 아님을 먼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네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한 백작이 불멸의 힘을 얻기 위해 12명의 처녀를 잔혹하게 ..

요절복통 로봇 살인마 파티! 영화 '킬보트'

B급 영화의 거물 짐 위노스키 감독의 1986년작 킬보트(원제 Chopping mall)는 슬래셔 영화(살인마가 희생자를 살해하는 영화)의 역사에서도 의외로 흔치 않은 '로봇 살인마' 영화입니다. 마스크나 인형탈을 쓴 살인마가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로봇이 사람을 죽이는 쪽이 훨씬 연출하기가 어렵기에 저예산을 미덕으로 삼는 대부분의 슬래셔 영화에서는 상상은 해도, 현실로 구현하기는 어려웠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CG 떡칠이 존재할 수 없는 1980년대에, 어설픈 안드로이드 따위가 아닌 깡통 로봇이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이 영화는 그것만으로도 존재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무대가 되는 쇼핑몰은 1980년대에 AI 기술을 동원하여, 로봇을 활용한 무인 경비 시스템을 구축한 시대를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