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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다가 주연 여배우 덕분에 화려하게 부활한 영화 '레프리콘'

영화 레프리콘(1993)은 그냥 '제대로 망한 영화' 취급을 받으며 사라질 뻔 했습니다. 평론가들의 평가부터 처참했는데요. 개봉 당시 평론가 평점을 기준으로 매긴 메타크리틱 점수가 17점, 100점 만점에 0점을 준 평론가도 있을 정도입니다. 평론가들에게는 혹평 받아도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영화였냐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개봉 당시 관객 평가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하며 흥행 역시 시원찮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헐리우드에서 유명한 왜소증 배우이자 이 영화에서 레프리콘으로 출연한 '워릭 데이비스'는 '이런 망작에 출연한 것을 후회한다' 라고 할 지경이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개봉하고 망하고, 그렇게 잊혀질 줄 알았던 이 영화에 대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레프리콘이 개봉할 때까지만 해도 무명이었던 제니퍼 ..

오래된 짝짝이 신발 한 켤레에 목숨 거는 박물관

이건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신발입니다. 1930년대에 만들어졌고, 양 쪽 사이즈가 다른 짝짝이인데요.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는 이 신발을 그야말로 목숨걸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10명이 넘는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보존 및 전시 작업에 참여하였고, 2016년에는 킥스타터를 통해 3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모금하여 대대적으로 보존 작업을 하기도 했지요. 대체 저 신발이 무엇이기에, 여러 전문가들과 거액의 돈을 쏟아부어 보존하고 신주단지처럼 보관하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저 신발이 전설의 명작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에서 도로시가 신었던 '진짜' 루비 구두이기 때문입니다. 포스터에서 도로시가 신고 있는 바로 저 구두이기도 하지요. 지금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보관중인 신발이 짝..

뇌가 공룡 로봇에 이식된 소년 이야기, 영화 '타미와 티렉스'

1994년 영화 타미와 티렉스(Tammy and the T-rex)는 훗날 명성을 떨치는 데니스 리처드와 폴 워커가 풋풋한 시절에 출연한 영화입니다. 데니스 리처드는 여성 원톱 주연이고, 폴 워커도 꽤 비중이 크므로 두 배우의 팬이라면 볼 만한 영화로 꼽히는데요. 다만 꽤나 B급 필이 충만하고 좀 하드한 코미디 영화라, 모두가 좋아하긴 어려운 영화로 꼽힙니다. 스토리는 여고생 타미와 운동부 남고생 마이클이 친구 이상 연인 미만 관계로 지내던 중, 마이클이 타미와 한때 사귀었던 학교 일진들과 트러블을 겪으면서 시작됩니다. 마이클도 운동부 출신이라 일진과 1:1은 이기지만 집단 괴롭힘에는 장사 없다고, 결국 무자비한 린치를 당해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이런 마이클의 뇌가 매드 사이언티스트에게 넘어가 실제 티라..

B급 막장 히어로의 대명사, 영화 '톡식 어벤저'

1984년 영화 '톡식 어벤저'는 B급 영화 전문 제작사 트로마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B급 막장 히어로 영화의 선두주자로 꼽힙니다. 1984년 작품임을 고려하면, 이런 영화가 이런 시기에 나온 것에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현대 히어로 영화의 스타트라는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 1편도 1978년에 나왔고, 팀 버튼의 배트맨은 1989년에 나왔는데 그 사이에 나와 히트친 이 B급 막장 히어로 영화의 존재감이 새삼 돋보이는데요. 줄거리는 헬스클럽 청소부로 일하는 불우한 젊은이 멜빈이 불량배들과 시비 끝에 화학물질이 가득한 드럼통에 빠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화학물질에 빠진 멜빈은 죽는 게 아니라 신체가 돌연변이가 되어 막강한 힘을 가진 초인 '톡식 어벤저'로 다시 태어나고, 복수와 사랑, 정의를 쫓는다..

준수한 80년대 B급 슬래셔 영화, '여름날 파티에서 대학살'

1982년 작 '여름날 파티에서 대학살(The slumber party massacre)'은 80년대 슬래셔 영화 중에서도 꽤 지명도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 시기 나온 슬래셔 영화중 할로윈,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가 A급이라면, 여름날 파티에서 대학살은 그 아래 위치한 B급 라인의 대표주자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지명도라면 분명 상당한 이 영화는 정말 무더운 여름날 밤 감상할 만한, 좋은 호러영화라 할 수 있을까요? 줄거리는 흔한 슬래셔 무비의 한 전형이라 할 만 합니다. 여학생들이 있고, 이들은 모종의 이유로 서로 다투고 있는데, 그 와중에 드릴을 든 살인마가 나타나지요. 결국 여학생들은 때론 서로를 의심하고, 또 한편으로는 협력하면서 정체불명의 살인마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

이 영화는 남미에서 진짜 사람을 죽이면서 찍었습니다!

이 영화는 1976년에 나온 '스너프'라는 호러 영화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1971년에 '슬로터(Slaughter)'라는 제목으로 만들어 진 아르헨티나산 B급 호러 영화였습니다. 제작비가 고작 3만 달러였고, 제작 후 개봉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묻힌 그런 영화였습니다.심지어 이 영화의 해외 배급권을 얻은 배급사도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개봉하지 않고 그냥 창고 영화로 묻어두었다고 합니다. 이후 이 영화의 해외 배급권을 구입한 배급사가 이 영화를 되살리기 위해 전대미문의 어그로 노이즈 마케팅을 시도하면서 전설이 되었는데요. 우선 추가 촬영을 통해, 단순한 학살 영화를 진짜 사람을 죽이고 그걸 카메라에 담았다는 일명 '스너프 필름'을 소재로 한 영화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여기에 제목도 '스너프'로 바꾸었고, ..

'진짜' 막장 B급 영화, 하지만 뛰어나지는 못한 '할리우드 전기톱 매춘부'

본인이 메이저 영화사의 간부인데, '할리우드 전기톱 매춘부(Hollywood chainsaw hookers)' 라는 제목의 시나리오가 탁자에 놓인다면 읽기도 전에 내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초에 '할리우드 전기톱 매춘부' 라는 제목을 달았다는 건, 대중 영화이길 포기했다는 뜻이지요. 한국에서 관객 100만 명 이상을 모으는 게 목표인 영화 제목을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로 지으면 안 되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실제로 이 1988년 영화는 그야말로 '찐 B급'으로 통하는 데요. 줄거리는 한 사립 탐정이 헐리우드 주변을 맴도는 매춘부들을 수사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탐정은 집에서 가출한 소녀가 매춘부가 된 것을 알고, 그를 찾아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의뢰를 받았..

약 빤 곰 상대로 살아남기, 영화 '코카인 베어'

'B급 영화'라는 건, 돈이 부족한 마이너 제작사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메인스트림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거나 메이저 제작사가 만든 영화이나, 주류 창작물에서는 시도는 커녕 상상조차 쉽게 하기 어렵고, 나아가 완성도를 담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설정이나 세계관 하에 영화를 만들면, 그게 B급 영화가 아닐까요. 물론 'B급의 탈을 쓴 A급' 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코카인 베어는 B급 영화 혹은 B급의 탈을 쓴 A급 영화의 범주에 속할 만한 작품일 수 있습니다. 이 2023년 작 '코카인 베어'(Cocaine bear)도 메이저 제작사에서 만든, 하지만 B급 감성이 기반이 된 영화인데요. 줄거리부터가 B급 스럽습니다. 비행기로 국경을 넘어 코카인을 밀수하려다 사고로 포장된 코카인이 미..

슈퍼 빌런이 된 예술가의 흥망성쇠, 영화 '밀랍의 집'

1953년 영화 밀랍의 집(House of Wax)은 두 번 리메이크 되고, 세 작품이 존재하는 3형제 영화 중 둘째입니다. 첫째는 1933년에 만들어 진 '밀랍 박물관의 미스테리', 둘째는 이 영화, 셋째는 2005년에 나온 '하우스 오브 왁스'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둘째인 이 영화를 가장 높이 치는 듯 합니다. 고전 호러 영화의 명작을 꼽을 때,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지요. 그럼 정말 이 영화는 수작이나 명작 소리를 들을 가치가 있을까요? 스토리는 밀랍인형 장인인 예술가 '헨리 재러드'가 친구 때문에 모든 것을 잃으면서 시작합니다. 친구이자 동업자는 재러드의 예술이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친구가 애써 만든 밀랍인형 박물관을 모조리 불태워서 보험금을 챙기는 보험 사기를 계획하고 실행합니다. 이 때문에 재..

70년 전 만들어 진 신데렐라의 변주, 영화 '더 글래스 슬리퍼'

신데렐라는 '인류가 아는 유명한 이야기 BEST 10' 안에는 무조건 들어갈, 말이 필요없는 유명한 스토리입니다. 이렇게까지 유명하다 보니, 의외로 신데렐라 영상물을 보면 원작,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아는 동화속 버전 그대로 옮긴 건 찾기 어렵습니다. 진짜 동화 속 이야기만 그대로 옮긴 영상물은 아동용 단편 유튜브 애니 정도에서나 본 것 같고, 그 외에는 전부 다 재창작과 확장을 거쳤습니다. 이 1955년작 영화, '더 글래스 슬리퍼(The Glass Slipper)' 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작 줄거리는 모두가 아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큰 틀은 그대로 따라갑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 동화 스토리만으로는 1시간 30분 이상 영화는 고사하고,  25분짜리 TV 애니메이션 한 편 만들기도 버겁습니다.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