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천국 38

뇌가 공룡 로봇에 이식된 소년 이야기, 영화 '타미와 티렉스'

1994년 영화 타미와 티렉스(Tammy and the T-rex)는 훗날 명성을 떨치는 데니스 리처드와 폴 워커가 풋풋한 시절에 출연한 영화입니다. 데니스 리처드는 여성 원톱 주연이고, 폴 워커도 꽤 비중이 크므로 두 배우의 팬이라면 볼 만한 영화로 꼽히는데요. 다만 꽤나 B급 필이 충만하고 좀 하드한 코미디 영화라, 모두가 좋아하긴 어려운 영화로 꼽힙니다. 스토리는 여고생 타미와 운동부 남고생 마이클이 친구 이상 연인 미만 관계로 지내던 중, 마이클이 타미와 한때 사귀었던 학교 일진들과 트러블을 겪으면서 시작됩니다. 마이클도 운동부 출신이라 일진과 1:1은 이기지만 집단 괴롭힘에는 장사 없다고, 결국 무자비한 린치를 당해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이런 마이클의 뇌가 매드 사이언티스트에게 넘어가 실제 티라..

준수한 80년대 B급 슬래셔 영화, '여름날 파티에서 대학살'

1982년 작 '여름날 파티에서 대학살(The slumber party massacre)'은 80년대 슬래셔 영화 중에서도 꽤 지명도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 시기 나온 슬래셔 영화중 할로윈,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가 A급이라면, 여름날 파티에서 대학살은 그 아래 위치한 B급 라인의 대표주자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지명도라면 분명 상당한 이 영화는 정말 무더운 여름날 밤 감상할 만한, 좋은 호러영화라 할 수 있을까요? 줄거리는 흔한 슬래셔 무비의 한 전형이라 할 만 합니다. 여학생들이 있고, 이들은 모종의 이유로 서로 다투고 있는데, 그 와중에 드릴을 든 살인마가 나타나지요. 결국 여학생들은 때론 서로를 의심하고, 또 한편으로는 협력하면서 정체불명의 살인마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

이 영화는 남미에서 진짜 사람을 죽이면서 찍었습니다!

이 영화는 1976년에 나온 '스너프'라는 호러 영화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1971년에 '슬로터(Slaughter)'라는 제목으로 만들어 진 아르헨티나산 B급 호러 영화였습니다. 제작비가 고작 3만 달러였고, 제작 후 개봉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묻힌 그런 영화였습니다.심지어 이 영화의 해외 배급권을 얻은 배급사도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개봉하지 않고 그냥 창고 영화로 묻어두었다고 합니다. 이후 이 영화의 해외 배급권을 구입한 배급사가 이 영화를 되살리기 위해 전대미문의 어그로 노이즈 마케팅을 시도하면서 전설이 되었는데요. 우선 추가 촬영을 통해, 단순한 학살 영화를 진짜 사람을 죽이고 그걸 카메라에 담았다는 일명 '스너프 필름'을 소재로 한 영화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여기에 제목도 '스너프'로 바꾸었고, ..

'진짜' 막장 B급 영화, 하지만 뛰어나지는 못한 '할리우드 전기톱 매춘부'

본인이 메이저 영화사의 간부인데, '할리우드 전기톱 매춘부(Hollywood chainsaw hookers)' 라는 제목의 시나리오가 탁자에 놓인다면 읽기도 전에 내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초에 '할리우드 전기톱 매춘부' 라는 제목을 달았다는 건, 대중 영화이길 포기했다는 뜻이지요. 한국에서 관객 100만 명 이상을 모으는 게 목표인 영화 제목을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로 지으면 안 되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실제로 이 1988년 영화는 그야말로 '찐 B급'으로 통하는 데요. 줄거리는 한 사립 탐정이 헐리우드 주변을 맴도는 매춘부들을 수사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탐정은 집에서 가출한 소녀가 매춘부가 된 것을 알고, 그를 찾아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의뢰를 받았..

약 빤 곰 상대로 살아남기, 영화 '코카인 베어'

'B급 영화'라는 건, 돈이 부족한 마이너 제작사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메인스트림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거나 메이저 제작사가 만든 영화이나, 주류 창작물에서는 시도는 커녕 상상조차 쉽게 하기 어렵고, 나아가 완성도를 담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설정이나 세계관 하에 영화를 만들면, 그게 B급 영화가 아닐까요. 물론 'B급의 탈을 쓴 A급' 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코카인 베어는 B급 영화 혹은 B급의 탈을 쓴 A급 영화의 범주에 속할 만한 작품일 수 있습니다. 이 2023년 작 '코카인 베어'(Cocaine bear)도 메이저 제작사에서 만든, 하지만 B급 감성이 기반이 된 영화인데요. 줄거리부터가 B급 스럽습니다. 비행기로 국경을 넘어 코카인을 밀수하려다 사고로 포장된 코카인이 미..

슈퍼 빌런이 된 예술가의 흥망성쇠, 영화 '밀랍의 집'

1953년 영화 밀랍의 집(House of Wax)은 두 번 리메이크 되고, 세 작품이 존재하는 3형제 영화 중 둘째입니다. 첫째는 1933년에 만들어 진 '밀랍 박물관의 미스테리', 둘째는 이 영화, 셋째는 2005년에 나온 '하우스 오브 왁스'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둘째인 이 영화를 가장 높이 치는 듯 합니다. 고전 호러 영화의 명작을 꼽을 때,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지요. 그럼 정말 이 영화는 수작이나 명작 소리를 들을 가치가 있을까요? 스토리는 밀랍인형 장인인 예술가 '헨리 재러드'가 친구 때문에 모든 것을 잃으면서 시작합니다. 친구이자 동업자는 재러드의 예술이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친구가 애써 만든 밀랍인형 박물관을 모조리 불태워서 보험금을 챙기는 보험 사기를 계획하고 실행합니다. 이 때문에 재..

70년 전 만들어 진 신데렐라의 변주, 영화 '더 글래스 슬리퍼'

신데렐라는 '인류가 아는 유명한 이야기 BEST 10' 안에는 무조건 들어갈, 말이 필요없는 유명한 스토리입니다. 이렇게까지 유명하다 보니, 의외로 신데렐라 영상물을 보면 원작,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아는 동화속 버전 그대로 옮긴 건 찾기 어렵습니다. 진짜 동화 속 이야기만 그대로 옮긴 영상물은 아동용 단편 유튜브 애니 정도에서나 본 것 같고, 그 외에는 전부 다 재창작과 확장을 거쳤습니다. 이 1955년작 영화, '더 글래스 슬리퍼(The Glass Slipper)' 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작 줄거리는 모두가 아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큰 틀은 그대로 따라갑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 동화 스토리만으로는 1시간 30분 이상 영화는 고사하고,  25분짜리 TV 애니메이션 한 편 만들기도 버겁습니다. T..

뒤죽박죽이지만 맛있는 잡탕, 영화 '더 행잉 우먼'

1973년에 나온 스페인 호러 영화 '더 행잉 우먼(The Hanging Woman)'은 상당히 많은 소재를 뒤섞은 잡탕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기본적으로 추리물로 시작하지만 도중에 오컬트, SF, 좀비물 등이 뒤섞이면서 정체성이 상당히 모호해지는데요. 이렇게 다른 장르를 이거저거 섞어서 흥미로워지기도 하지만, 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그럼 이 영화는 어떨까요? 줄거리는 세르주 체코프라는 신사가 귀족이던 삼촌의 사망으로 일부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삼촌이 살던 마을로 내려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내려오기 무섭게 한 목매달린 여성의 시체를 발견하고, 이후 사건은 추리물로 전환되는데요. 하필 죽은 여성이 세르주 삼촌의 딸이었고, 본래는 삼촌의 상속인들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분할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최악의 호러 영화 속편으로 꼽히는 '캔디맨 3'

넘쳐나는 호러 영화들 중에서도 존재감을 뚜렷히 보여주는 캔디맨 시리즈에 대한 평가는 보통 이렇습니다. 캔디맨 1편은 최소 수작 이상이라고들 합니다. 캔디맨 2편은 평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캔디맨 3편의 평가는 아주 처참합니다. 졸작, 쓰레기, 막장 등 호러팬들의 이 영화에 대한 증오는 조금만 구글링 해 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워낙 평이 나쁜 탓에, 본인도 이 영화 1편과 2편은 빨리 접했지만, 캔디맨 3(Candyman: Day of the dead)편은 아주 뒤늦게야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뒤늦게 보았는데요.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캔디맨은 기본적으로 도시전설+슬래셔 영화의 구도를 따릅니다. 과거 백인들에게 린치를 당해 죽은 흑인의 원혼이 캔디맨으로 환생하고, 이 캔디맨은 거울을 보며 ..

B급 고수위 여성향 로맨스 호러 영화, '자오선'

풀문 영화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B급 영화사 중 하나입니다. 미국에서는 자체 OTT까지 운영할 만큼 꽤 지명도가 높으며, 국내에서도 1990년대 비디오 테이프 대여점 시대 땐 비디오로 배급된 공포영화 상당수가 풀문 영화사 것이었다는 말도 있을 만큼 양적으로는 많은 작품을 내놓은 영화사입니다. 그만큼 졸작도 많고, 쓰레기도 많지만 꽤 볼 만한 영화도 여럿 내놓았는데요. 그 중 1990년에 나온 자오선(Meridian)은 풀문 영화사 작품 중에서도 꽤 지명도가 있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남성향이 강세인 B급 호러 업계에서, 여성향에 가깝게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한데요. 줄거리는 전형적인 여성향 로맨스, 그것도 고수위물에 가깝습니다. 능력도 있고 아름다운 여주가 있고, 여주와 친한 서브 여가 ..